한 방울이면 충분하다!
봄 제철 음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기름의 향연!
음식에 맛과 풍미를 더 해주는 다채로움을 만나다
최불암, “파기름” 만드는 셰프로 변신
최근 들어 다양하고 건강한 기름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생강, 파, 마늘 등 다양한 채소와 식재료로 다채로운 기름을 만들어 사용하는 요즘, 밥상도 파기름 만들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밥상 8년 만에 최불암 씨가 직접 칼질에 나섰다. 불 앞에 있는 건 처음 있는 일! 파기름을 직접 만들어봤다. 기름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데, 최불암이 전하는 파기름 레시피를 만나보자.
제2의 고향이 되어준 깨 쏟아지는 마을 - 서산 마룡리의 들기름 밥상
봄날, 꽃보다 더 향기로운 마을이 있다. 130여 가구가 모여 살며 마늘 후작으로 깨를 심는 충남 서산 마룡리 마을! 대대로 깨 농사를 지어온 마룡리에선 기름 짜는 도구도, 만드는 방식도 옛 전통 그대로이다. 틈만 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무기름틀로 기름을 짠다. 들깨를 삶은 뒤 베보자기에 싸고, 기름틀 사이에 넣는다. 그다음 장정 4명이 올라가 있는 힘껏 눌러주면 옛 그대로의 참·들기름을 얻을 수 있다. 기름을 짜는 날이면 모두 김정희 씨(67)네 집으로 모인다. 정희 씨는 귀농 10년 차이다. 연고지 없는 이 농촌 마을에 내려온 그녀에게 마을 어르신들은 함께 기름을 짜고 밥상을 나누며 제2의 고향을 선사했다.
기름 짜는 날은 서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잔칫날이 된다. 정희 씨가 귀촌해 마을 어르신들께 배운 음식이 있다는데, 마을에 지천인 머위를 뜯어 들기름에 볶고 들깻가루까지 넣어 끓인 ‘머위 들깨 볶음’! 고소함 가득한 반찬으로 일품이다. 갓 짠 들기름에 가죽나물과 쑥 등 향긋한 봄나물을 무쳐 먹어도 입맛 돋우는데 그만이다. 또한, 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도 버리지 않고 활용한다. 깻묵에 된장과 마늘, 파를 섞어 끓여주면 완성되는 ‘깻묵장’은 마을 주민들의 별미이다. 따뜻한 밥에 쓱쓱 비벼 먹거나 시래기를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면 따로 반찬이 필요 없다.
향기부터 고소한 밥상을 나누며 스며든 마룡리 마을의 깨 쏟아지는 밥상을 맛본다.
자연에서 얻은 이색 기름의 향연 - 유채, 표고, 동백으로 차린 진도의 봄 진미 밥상
남도의 섬 진도! 5월이면 노란 유채꽃 세상이다. 진도에서는 유채를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기름 짜기에 한창이다. 기름 유(油)자가 들어간 유료작물인 유채는 예부터 우리 곁에 있던 전통기름 중 하나였지만, 참기름이 대량화되면서 유채는 식용이 아닌 관상용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에 진도에서는 사라져가는 식용 유채를 복원하기 위해 재배에 힘쓰고 있다.
유채기름은 발연점이 높고 향이 짙어 다양한 음식에 활용하기 좋다. 올리브유처럼 샐러드드레싱으로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볶거나 튀김용, 베이킹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5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박민영 씨(45)는 이 유채기름을 활용해 진도의 음식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유채는 기름을 짜는 것 외에도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데, 어린 순을 겉절이로 버무려 먹어도 좋고 유채꽃을 튀겨먹는다. 그녀의 유채 기름 요리의 화룡점정은 어란! 생선 알에 참기름을 발라 만드는 것이 전통이나 민영 씨는 유채 기름을 발라 건조한다. 참기름보다 산패가 적어 오래 보관할 수 있을뿐더러 은은한 유채향이 고소한 풍미를 올려준다고 한다.
유채 외에도 전통기름이 있다. 진도의 군화인 동백으로 짠 동백기름! 민영 씨의 아버지 박영 씨(74)는 20년 전부터 동백숲을 가꾸고 있다. 예부터 몸에 바르거나 머릿기름으로 활용할 만큼 오래되었다. 식용으로 사용해도 그 풍미가 좋다는데, 민영 씨는 담백한 맛이 특징인 동백기름이 봄이 제철인 칠게, 참숭어가 특히 잘 어울린다고 한다.
진도의 특산물인 표고를 활용해서도 기름을 만든다. 유채 기름에 표고를 넣고 뭉근히 끓여내기만 하면 완성! 색과 향은 물론이요, 감칠맛까지 감도는 ‘표고 기름’이 완성된다. 이 표고 기름에 버섯과 고기, 각종 채소를 넣고 볶은 후 당면을 버무려주면, 진도 ‘표고기름잡채’가 완성된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보니 이곳이 보물섬과 같다는 그녀. 진도의 다양한 기름으로 차린 진도 기름 밥상을 맛보다.
호두 주산지 영동에서 건강 밥상을 만나다 - 3대째 내려오는 호두 기름 밥상
충북 영동의 매곡면에 있는 어촌리 마을은 전국에서 호두 주산지로 유명하다. 집집이 자리 잡은 호두나무를 따라가다 보면 마을의 끝자락, 3대째 호두 농사를 짓는 이들이 있다. 이홍기 씨(62)와 딸 이일현 씨(27)이다. 올해부터 호두 농사에 가담한 일현 씨는 1년 전 고향으로 내려왔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호두 농사와 가공법을 배워가며 조금씩 일을 배우고 있다.
호두는 지방을 60~70% 함유하고 있어 기름을 짜기에 적합하다. 또한, 동의보감에 ‘폐의 기운을 모으며 천신을 다스린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예부터 귀한 약재로 사용되었다. 호두농가에 태어난 덕에 어려서부터 귀한 호두기름을 먹고 자란 일현 씨!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숟가락씩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튀김기름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호두 기름에 닭고기를 튀긴 뒤 으깬 호두와 양념에 버무린 ‘호두닭강정’은 호두 향 가득한 간식이 된다. 날씨가 더워질 때마다 할아버지부터 일현 씨까지 별미로 손꼽는 음식이 있다. 호두와 물을 같은 비율로 넣고 갈아 만든 호두 국수! 얼음까지 띄워주면 여름철 시원한 한 끼로 손색이 없다. 3대를 지나 4대째 호두 농사를 이어가는 그들! 대대로 내려오는 호두 향 가득, 고소한 밥상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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