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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여우볕

반짝 볕이 났습니다. 가문 세상을 적셔주는 장맛비가 잠시 주춤, 촉촉합니다. 우리 사람의 몸 칠 할이 물이라지요. 숨 붙은 모든 것들 다 물에서 왔다지요. 물 없이는 한시도 부지할 수 없는 목숨입니다. 단비에 세상이 환한 이유입니다.

한동안 못 만난 거지요. 주야장천 내리는 비에 갇혀 새까맣게 가슴만 타들어 간 거지요. 연잎 위 개구리 두 마리가 부둥켜안았습니다. 이젠 떨어지지 말자. 죽어도 같이 살자, 허리를 껴안고 있습니다. 문구멍 뚫고 신방 훔쳐보듯 곁눈질한 연꽃 망울도 그만 붉고 말았습니다. 금세 터질 것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가려운 거겠지요.

푸른 돌옷도 한결 생생합니다. 밭아가는 못물을 보탠 단비 덕분이지요. 아닌 밤중에 발칙한 개구리 한 쌍 때문이지요. 후- 촛불 불어 끄듯, 빙- 커튼 둘러치듯 다시 또 장마 구름입니다. 여우볕에 세상이 다 고슬고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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