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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 사태’는 ‘공정과 공평’을 상실한 권위주의적 파시스트 행정의 산물

유은혜 장관은 진보적 가치를 대하는 태도가 김승환 교육감과는 달라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대표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대표

자율형 사립고인 상산고 사태를 보며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일부 진보적 인사들은 자율형 사립고는 평등 교육에 위배되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며 상산고를 둘러싼 불합리와 여러 의혹을 애써 외면하며 도식적인 주장만 되풀이한다. 마치 진보와 보수의 싸움인 것처럼 색깔을 덧씌운다. 권위적 행정, 아집과 불통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전체주의적 경향은 민주주의를 좀먹는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이다. 권력이나 행정이 시민에 대한 설득과 소통의 과정을 외면하는 것은 파시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 사회에 자립형 사립고가 생긴 것은 2002년부터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입시제도에 있어 가장 평등을 강조한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군사정권이다.

이처럼 교육과 입시제도는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는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당시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 목적고를 앞장서서 반대하던 시민단체, 진보적 인사, 교육단체 사람들의 상당수의 자녀가 이들 학교에 들어갔다.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며 받은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분법적 극단적 시각의 흔한 오류는 목적이 올바르면(?) 절차와 방법, 수단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실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옳지 못하면 결국은 반혁명이나 저항으로 몰락하며 혁명적 가치를 모두 잃는 것을 수 없이 보아 왔다. 특히 선악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국민적 관심사인 교육 정책에 있어서 가치와 철학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거나 소통하는 과정이 없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권력을 통한 한풀이 일 뿐이다. 상산고 사태처럼 뻔히 눈에 보이는 어긋난 행정 행위를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평등 교육으로 포장하는 것으로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깃발을 들고 날 따르라 외치나 그 누구도 따르지 않는다.

세계사적으로도 양극단적 이분법 사고는 자신만이 옳다는 맹신으로 저지른 패악이 너무도 많다. 아랍에서 수년 동안 진행되는 살육행위도 결국은 자신만이 옳다는 종교적, 철학적 신념 등 아집과 불통,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단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양 극단을 막는 유일한 길은 소통과 이해의 연대가 기본 전제이다. 진보를 이야기하는 데 파시스트나 군사독재와 같은 사고방식과 행위를 반복한다면 애당초 이들은 진보로 포장된 극단주의자들인 것이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이념은 이념의 탈을 쓴 극단의 다른 표현이다. 요즘 한국사회는 박근혜로 상징되는 극단주의를 아직도 척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방향에서의 극단은 진보로 포장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상산고 사태는 자신의 성향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을 참 난처하게 하며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낯부끄럽다. 군사독재도 이렇게 하지는 않았다는 표현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더욱 그렇다. 파시스트와 투쟁을 하다 보면 파시스트를 닮아간다고 한다. 외골수 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의 몫이다.

유은혜 장관의 교육부는 진보적 가치의 실현 과정이 김승환의 전북교육청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고 김근태 의장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유 장관은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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