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민화 중 화조도(꽃과 새를 그린 그림)에는 ‘팔가조’라는 새가 자주 등장한다. 까마귀의 일종인 팔가조는 검은 털에 그 모양새가 별로 아름답지는 않다. 그럼에도 선조들이 이 새를 즐겨 그렸던 이유는 바로 팔가조 특유의 행동과 습성 때문이다.
팔가조는 나이를 먹으면 점차 눈이 어두워져 앞을 못 보게 된다. 그러면 새끼는 눈먼 어미를 외면하지 않고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가 죽을 때까지 어미새를 봉양한다. 이러한 팔가조를 사람들은 ‘효도를 아는 새’라하여 귀하게 여겨왔다.
오늘날 핵가족화로 인한 개인주의 팽배, 청년실업에 따른 캥거루족의 증가 등 전반적인 사회문제와 맞물려 효행과 공경, 경로사상과 같은 우리 고유의 미덕과 정신문화가 점차 퇴색해가고 있어 이제는 효를 논하는 것조차 불편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는 노인 인구 7%이상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지 불과 17년 만의 일이며, 이제 노인 문제는 저출산과 함께 현대사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대책이나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인복지 등 제도적 해결책에 앞서 근본적으로 ‘효 사상’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음에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익산시에서는 ‘효 정신’을 ‘효 실천’으로 발전시켜 전 세대가 화합하고, 공감·소통하는 ‘효 문화도시 익산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간 효 문화도시 조성 기반 구축을 위해 효행예절 지도자와 이야기 할머니 할아버지 등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해 왔으며, 오는 8월부터는 본격 강사들을 파견하여 효 문화 확산교육을 실시하고 효의 가치를 지역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또, 효의 가치 확산 노력과 더불어 제도정비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4세대 이상 가정 효도수당 지원 조례의 개정을 통해 금액은 기존 1인당 3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하고, 지원기준은 기존 지역 거주기간 3년에서 1년 이상으로 완화한다. 더불어 독거노인 전수조사를 실시해 가정방문과 주거환경 개선, 건강상태 확인 등 사회안전망 구축 서비스도 확대할 예정이다.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해 자라온 시대적 배경이 다른만큼 세대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마저 확산되고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어르신들은 굴곡진 역사 속에서도 나라와 가족을 위해 당신들의 젊음을 온전히 바치신 세대이자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땅의 자유와 번영을 일궈내신 세대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자식에서 누군가의 부모로 늙어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새로운 산업의 발달과 문명의 이기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가치를 지키는 근본적인 방법은 바로 효 문화의 정립과 실천이다. 다만, 효 문화 확산에 있어 자녀 세대만의 일방적인 노력과 희생이 요구되어서는 안 되며, 전 세대가 함께 노력하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마침내 신구세대 모두가 변화해야만 진정한 효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효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익산시의 노력이 우리 고유의 미덕을 되살리는 작은 불씨가 되길 기대한다. /박철웅 익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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