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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유람] 전북의 세계유산·지질공원을 찾아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휴가지는 으레 바가지 요금과 교통 혼잡이 따르기 마련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피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역사적·지질학적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명소로 떠나보면 어떨까.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을 두루 갖춘 전북은 한적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국가지질공원이 많다.

 

△인재 양성의 요람 ‘무성서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정읍의 무성서원. 전북일보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정읍의 무성서원. 전북일보 자료사진

최근 전북 정읍의 무성서원 등이 포함된 ‘한국의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된 성리학과 관련한 문화적 전통의 증거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서원은 조선시대 사림의 활동 기반으로, 명현을 배향하고 인재를 교육하기 위해 설치한 사설기관이다. 무성서원은 원래 통일신라 말기, 정읍 칠보지역의 태수를 지냈던 유학자 최치원을 제향하기 위한 태산사였으나 1696년(숙종 22년) 국가 공인 서원이 되며 이름을 바꿨다. 흥선대원군의 서슬 퍼런 서원 철폐 때도 무성서원은 역사적·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아 헐리지 않고 존속한 47개 서원에 포함됐다. 현존 건물은 사우와 강당인 명륜당(明倫堂), 기숙사인 강수재(講修齋) 등으로 이뤄졌다. 인근의 내장산 산책로에서 짙은 푸름 속에 더위를 씻어내는 것도 좋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창 고인돌 유적지

국내 최대 규모의 고인돌 유적지로 꼽히는 고창의 고인돌박물관에서는 청동기시대의 각종 유물 및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은 전체 전시공간에 대한 관람 정보 제공 및 상징 전시 공간으로 구성됐다. 고인돌은 예전처럼 조상숭배나 불멸의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다만 선사시대에 살았던 선조들의 삶을 추측할 수 있게 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고창 고인돌은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전북의 첫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해야 할 중요한 역사적·학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고창지역에는 고인돌 1500여기가 분포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

 

18년간의 보수정비를 마친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전북일보 자료사진
18년간의 보수정비를 마친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 전북일보 자료사진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삼국시대 백제의 도읍들과 연관된 백제 후기(475~660)의 유적으로,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 전북 익산시에 분포하는 8곳의 유적을 포함한다. 익산에는 고대 동아시아 왕궁 구조의 모범을 보여주는 왕궁리 유적, 찬란했던 백제 건축기술로 완성한 고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찰터인 미륵사지가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주변국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문화적 발전이 절정에 이른 백제 후기를 대표하는 유산이다. 또 백제가 중국으로부터 도시 계획, 건축 기술, 예술, 종교 등을 받아들인 후 이를 더욱 발전시켜 일본과 동아시아에 전해주었음을 증명하는 유산이기도 하다. 왕궁리유적은 인접한 익산 미륵사지와 함께 최대 규모의 백제 유적으로 평가된다. 크기를 떠나 왕궁리유적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왕궁리유적터가 백제의 왕도였다는 왕도설과 백제 후기 익산 천도설 등의 역사적 가설에 뒷받침돼서다. 익산이 백제의 왕도였다는 학설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륵산 자락의 너른 터를 배경으로 자리한 미륵사지는 현재 터만으로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 사찰의 위용을 짐작케 한다. 절터를 정면에서 바라보면 멀리 우뚝 서 있는 석탑과 당간지주, 호위무사처럼 자리하고 있는 좌우측의 연못 등 백제의 찬란했던 호국사찰을 느껴 볼 수 있다. 입구 왼쪽에는 1997년 5월 문을 연 국립익산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고창 운곡습지·부안 적벽강

 

고창 운곡습지. 사진 제공=전북도
고창 운곡습지. 사진 제공=전북도

고창 운곡습지와 부안 적벽강 등 서해안권 지질명소는 전북의 제1호 국가지질공원이다. 전북 서해안권 지질공원에는 고창의 고인돌, 병바위, 선운산, 소요산, 갯벌, 명사십리 및 구시포와 함께 부안의 직소폭포, 채석강, 솔섬, 모항 위도 등이 포함된다. 정부는 지구과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해 교육·관광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 중 고창 아산면 오베이골 일대 습지 주변은 자연생태가 훼손되지 않은 내륙의 대표 지질명소다. 넓은 면적과 빼어난 자연경관 등 청정 지역으로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다. 오베이골 일대 습지 중 하나인 운곡습지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3종(수달, 삵, 말똥가리), 천연기념물 2종(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이 살고 있다. 또 식물과 포유류, 조류, 곤충 등 549종의 야생 동식물이 있다.

부안 채석강에서 북쪽으로 약 1㎞의 백사장을 따라가면 적벽강에 이르게 된다. 백사장 뒤편의 죽막마을을 경계로 채석강과 나뉘어진다. 죽막마을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123호인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뤄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선 약 2㎞를 ‘적벽강’이라 한다.

 

△진안과 무주의 지질명소

 

진안 마이산. 사진제공= 전북도
진안 마이산. 사진 제공=전북도

최근 전북지역 제2호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된 진안과 무주는 마이산, 운일암반일암, 운교리 삼각주 퇴적층, 외구천동, 용추폭포,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 등 총 10곳의 지질명소를 보유하고 있다. 진안 마이산은 국내 유일의 역암으로만 구성된 두 개의 봉우리가 눈길을 끈다. 계곡을 따라 분포하는 기암괴석이 절경을 뽐내는 운일암반일암은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제격이다. 운교리 삼각주 퇴적층은 사층리 등 다양한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지질명소다.

파회와 수심대 등 하천 침식지형이 발달한 무주 외구천동 인근의 나제통문은 역사·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경관적 가치가 높아 환경부의 생태자연도 지형 1등급으로 지정된 무주 용추폭포는 기반암에 발달한 절리의 침식으로 형성됐다. 천연기념물 제249호로 지정된 무주 오산리 구상화강편마암은 한국의 3대 구상암으로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지질자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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