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마연기법은 백제 한성기 토기 제작기술 중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이 기법은 토기를 소성할 때 흑연을 이용하여 검은 색을 입히고 표면을 매끄럽게 하여 광택이 나게 한다. 일종의 위세품(威勢品)으로서 특정 계층만이 사용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권위를 나타내 주는 토기로 알려져 있다.
이 토기는 고대 삼국 중 백제 지역에서 발달하였는데, 서울 석촌동 고분군에서 처음 발굴되면서 주목되었으며, 백제의 국가 성립 시점과 과정을 밝히는 열쇠로서 많이 연구되었다. 지금까지 경기 화성 석우리 먹실, 용인 신갈동, 강원도 화천 원천리, 충남 천안 용원리, 서산 해미 기지리, 공주 수촌리 등 백제 중앙의 입장에서 정치·경제·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호남 지역의 경우에는 완주 상운리 무덤 유적과 용흥리 집자리 유적을 비롯하여 고창 만동, 함평 예덕리 만가촌 유적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다.
완주 상운리와 용흥리에서는 흑색마연기법을 모방한 토기들이 일부 발견되었는데, 그 기종은 한성백제 중앙의 양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마연기법의 수준도 다소 미흡한 편이다. 한편 상운리 유적 나지구 3호 분구 1호 나무널무덤에서 출토된 곧은 입 항아리는 어깨부분에 문양이 새겨진 것으로 볼 때 백제 중앙에서 보이는 토기와 형태와 기법이 매우 유사하다. 아마 상운리의 마한 사람들이 백제 중앙 지역에서 이와 같은 토기 제작 기술을 배우고 와서 만들었거나 직접 가지고 들여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 토기의 존재는 당시 상운리 마한 사람들과 백제 사람들 사이에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완주 지역의 흑색마연토기들은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오로지 오롯한 고을, 완주’(6.18.~ 9.15.)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위세품: 소유한 사람의 권력과 경제력을 대변해주는 물건으로서, 삼국시대에는 금관, 금동제 신발, 장식된 둥근 고리 칼 등과 함께 중국제 청자, 흑색마연토기 등이 있다.
/김왕국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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