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곳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라는 이야기는 누구나 들어본 경험이 있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대고 잠들면 우리가 흔히 ‘구안와사’라고 일컫는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금은 더 높을 수 있겠지만, 안면신경마비는 추운 곳에서 잠드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의외로 여름철에도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안면신경마비 환자를 진료하는 필자의 병원의 경우, 병원에 내원하는 안면신경마비 환자 수의 추이를 보면, 겨울에 들어서면서 증가했다가 겨울이 지나면서 감소하던 환자 수가 여름철이 되면서 오히려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이는 추운 날씨 외에 안면신경마비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들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일부 원인이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이처럼 원인불명인 안면신경마비를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또는 ‘벨마비(Bell’s palsy)’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특발성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명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안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안면신경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손상이 일어나 안면마비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우리 몸에 염증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되면 안면신경에도 염증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몸에 염증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은 면역력 저하와 관련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면역력을 떨어트릴 수 있는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로, 스트레스, 영양부족, 수면부족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추위에의 노출도 인체의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우리 몸의 체온이 1도 낮아지면 면역력 또한 30%이상 저하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처럼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원인들이 지속될 경우 감기뿐만 아니라 인체 모든 부위에서 염증이 잘 발생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안면신경에도 염증이 잘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은 대부분 추위에의 노출뿐만 아니라 피로,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 면역력이 저하될만한 다양한 조건들에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잘 살펴보면 감기에 걸릴만한 조건들과 비슷하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한 신체 조건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추위에 노출된다 해도 감기뿐만 아니라 안면신경마비가 발생할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안면신경마비를 치료받은 환자분들 대부분이 치료가 끝나면서 가장 많이 물어오시는 질문이 “재발이 안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다. 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스트레스 피하시고, 잘 드시고, 잘 쉬시고, 잘 주무세요.”이다. 감기에 걸리지 않을 만한 건강한 신체 상태라면 안면신경마비도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욱 우석대학교 부속한방병원 침구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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