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에서 10여 년을 살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유턴 청년’입니다. 제가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큰 회사를 그만두고 내려올 때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이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부모님은 뭐라셔?’였죠. 저희 부모님은 ‘알아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살아생전에 늘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며 농담처럼 진담인 듯 말씀하시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인 듯합니다. ‘똑똑해서 고향을 떠난 자식보다, 곁에 남아 군불이라도 때 주는 자식이 낫다’는 뜻으로 쓰셨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최근에 저는 ‘완주군에서 특정 대학교(국내 상위 12개 대학)에 들어가면 1천만 원을 장학금으로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완주군인재육성재단에서 ’특별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는 장학제도였습니다. 제가 깜짝 놀랐던 건 그동안 완주군이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놓아 왔다는 사실 때문이었지요. 고향을 떠나는 청년에게 1000만 원을 현찰로 주는 한편, 완주 전입 대학생 유치를 위해 전입 1개월이 지나면 20만 원, 1년이 지나면 30만 원을 줍니다. ’인구증가유공자‘라는 제도도 있어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하기도 합니다. 더 찾아보니 무주군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들어가면 400만 원을 주며, 귀농·귀촌하는 청년들에게는 소득세를 50% 감면하고, 심지어 집들이 비용도 30만 원이나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부안군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치의한의대, 카이스트에 가면 100만 원을 받는데 지방 캠퍼스는 제외됩니다. 그리고 부안군의 장학제도 중 유일하게 반값등록금제도를 중복해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장학금을 받는 사람들은 위의 학교 및 학과에 재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값등록금제도를 중복 지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남들보다 공부를 좀 더 잘했다는 이유 하나로 청년을 서울로 보내는 데 예산을 쓰고, 다른 한쪽에서는 타 지역의 청년을 유치하기 위해 예산을 쓰는 모습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이러한 지원을 모두 중단하라거나, 제도가 온통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서울?수도권으로 우리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보다 남아서 전북을 지키고 끌어나가는 청년들이 더 많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높은 확률로 지역에 돌아와 살지 않을 사람들 말고, 여기. 우리 곁에 남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청년들이야말로 더는 굽은 나무가 아닌, 우리 지역을 지켜낼 ’바른 나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땀과 사랑이 모여 전달되는 혜택이 적어도 절반씩은 나뉘어 전달돼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올려보냈는데도 전북이 자꾸만 뒤로 밀려나고, 어느 순위든 아래쪽에 있다면 작전을 좀 바꿔볼 때도 되지 않았나요?
장학제도를 운용하시는 분들에게 제안합니다. 적어도 관청에서 운영하는 기관의 장학혜택을 보는 이들만이라도 각종 혜택이 ‘내가 잘나서 얻어낸 전리품’이 아닌,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 지역사회의 선물’이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 방법은 혜택을 받는 동안 ‘우리 지역에서의 봉사활동 00시간 이상’이라든지, ‘해당 지역을 홍보하기 위한 기자단 활동’ 등으로 다양하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역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곁의 바른 소나무들에 대한 지역 어른들과 선배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이동훈 코끼리 가는 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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