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교실서 함께 작성하니 들킬까 거짓말”
전북교육청 학생 의견함에 민원 게시글 올라와
전북 단위학교별로 진행하는 일부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 방식이 형식적 한계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전북교육청 학생 의견함에 ‘현재 실시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방식이 실질적이지 않다’는 민원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을 작성한 학생은 “학교에서 매달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수업시간 교실 안에 다 같이 모여 설문지를 작성한다”며 “다른 학생에게 들킬까 봐 솔직하게 적기 어렵다. 설문지를 빈칸으로 내면 안 돼서 노래 가사나 글귀를 써서 낸다”고 밝혔다.
학교폭력 실태 설문조사는 교육부에서 연 2회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설문과 단위학교별 자체 조사로 나뉜다. 복수의 도내 학교에 따르면 학교 자체 실태조사의 경우 대부분 수업 시간 내 단체 작성·제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 A중학교 교사는 “학부모 민원 등으로 학교별 자체 조사를 하는데, 보통 교실에서 교과목·자치활동 시간을 20분 정도 할애해 작성토록 한다”며 “노래 가사 등 어떤 글이든 쓰게 하는 것은 실제 피해 사례를 작성하는 학생들이 혼자 튈까봐 걱정하지 않도록 한 배려”라고 말했다.
전주 B고등학교 교사는 “가해·피해자가 한 공간에 놓일 수 있는 형식적인 한계가 발생하는 건 아쉽다”면서도 “설문지를 집에서 작성해 제출하라고 하면 참여율이 저조하고, 전교생을 개별 조사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다”고 말했다.
이에 조사 방식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예방문화 교육이 확산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현갑 전북교육청 장학관은 “학교 폭력 실태파악이 중요하면서도 교사에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조사하려면 학생 휴식권, 수업 외 시간 활용 학부모 동의 등 제약은 많은데 교사가 조사할 수 있는 기술이나 권위는 현실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상담교사 투입, 설문 문항·대화 방식 변화 등이 보완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단위학교에서 학교폭력 실태조사 모듈을 만들고 있어 내년이면 현장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장학관은 “딱딱한 문항조사보다 실질적으로 학생 인식을 바꿔 학교폭력과 동조·놀림을 막을 수 있는 어울림 프로그램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도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계중심 생활 교육을 진행 중이며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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