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대한위암학회는 위암 환자의 삶의 질 관리를 위한 새로운 측정지표를 발표했다. 이는 국내 위암 치료가 수명 연장을 넘어 본격적인 삶의 질 관리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부동의 국내 암 발생률 1위를 지키고 있는 위암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5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42.8%에 불과했다. 그러나 약 20여 년 만에 생존율이 2배(76.0%) 가까이 늘어나며 치료 환경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전이 재발성 위암 치료 영역의 발전은 의료진 입장에서 매우 반갑고 고무적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조기위암과 달리, 이미 암이 진행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말기 위암 환자는 중앙 생존기간이 7~11개월에 불과했고, 2년 이상 생존 환자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행히 수술을 받았다 하더라도 진행성 위암 환자 2명 중 1명은 재발을 경험하는데, 이들에게는 대부분의 경우 재수술은 불가능하여 항암제를 통한 수명 연장을 도모하게 된다. 재발성 또는 전이성 위암으로 1차 항암치료를 하였지만 실패한 경우에는 후속 치료가 더욱 어려웠는데, 항암제 내성을 고려하여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계열의 약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1차 치료에 실패한 위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제가 과거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와 같은 신약들이 등장했고, 2차 항암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한 연구결과들이 축적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가령 몇 년 전 출시된 표적치료제는 암세포의 특이적인 신호전달 체계에 작용하는 독특한 기전을 차단하는 효과 덕분에 기존 항암제에 비해 독성은 적고, 유의한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밝혀졌으며, 보험급여까지 적용돼 환자들이 큰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실제 임상현장에서 이러한 표적치료제에 대한 의료진의 처방 및 경험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토대로 2차 치료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15년 만에 개정된 국내 위암 치료지침에서는 1차 항암요법에 실패한 전이 재발성 위암 환자의 표준 치료법으로 권장되게 됐다.
이렇듯 국내 위암 치료 환경은 지속적으로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치료에 한 번 실패했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과 치료의지를 가지고 전문 의료진과 함께 꾸준히 치료 받는다면 전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암 환자의 치료의지의 중요성과 생존기간에 미치는 영향은 실제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바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가 최선의 지지적 치료를 받는 환자에 비해 수명이 더 연장되고 삶의 질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올해 초 발표된 국내 전이 재발성 위암 환자 약 700명을 10년 간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항암 치료 전 고식적 수술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받은 환자군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약 2배 이상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암 환자들이 강한 치료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꾸준히 치료에 임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송은기 전북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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