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아이들과 시인이 나란히 걸어가는 동심 세계
다시 꺼내 본다. 임미성 시인의 첫 동시집 <달려라, 택배 트럭!> . 달려라,>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다. 작은 물결이 흘러 지나듯 그렇게 소르륵소르륵 읽혀지던 그런 동시집이었다. 그 물길 속에 아이들의 삶이 보이다, 시인의 삶도 스쳐 지나더니 어느 새 자연의 풍경이 물의 깊이를 보다 더 깊이 만들어 주는 것만 같았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왔을 때 시인은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매일 점심시간이면 아이들과 함께 동시를 읽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때 이가 빠져 입을 헤 벌린 아이들이 시인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아직 이갈이 안 했구나 / 벌린 입 사이로 / 잇몸 속에 숨은 작은 이 - ‘석류나무 치과’
어쩌면 이 석류나무는 시인의 삶이 그려져 있는 그런 나무였을지도 모르겠다. 시인이 교사였던 시절 햇살이 교실 창가를 어른거리던 때의 기억일지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학교 주변의 길을 걷던, 아니 길을 읽던 그런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 석류나무에 매달려 이 뽑을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 이갈이를 해야 하는 8살, 9살 즈음의 아이들이 눈물 글썽한 얼굴로 종종종 시인을 바라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때 시인은 석류나무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를 빼줄 생각은 하지 않고 시인은 그저 웃고 있다.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어쩌면 이를 빼줘야 한다는 생각마저도 잊게 만들어 버리지 않았을까?
그런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인이 이 동시집에 있었다. 그러다 그 길가의 풀 한 포기마저도 시인은 책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 속에서 잠자리와 내가 그 책을 함께 읽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잠자리 한 마리/나 읽는 책 위에 앉았다//나보다 훨씬 느리게/내 두 눈보다 더 자세하게/천 개의 눈으로 글자를 쓰다듬어/날개로 전송하며 읽고 있다//잠자리는 책을 읽고/나는 잠자리를 읽고//잠자리와 나와/얇고 긴 책장을 넘겨 보던/그런 날이 있었다 - ‘잠자리와 나와’
이렇게 자연과 아이들과 시인이 나란히 걸어가는 동안 동심은 스며들 듯 그들 속으로 들어온 듯 하다.
‘둘리 문방구’에서 ‘문’자가 떨어져 나가자 ‘둘리 방구’가 되는 모습도, 문을 열 때의 그 소중한 마음으로 친구의 손을 잡는 모습도, 네모난 바퀴가 만드는 네 박자의 소리도, 택배트럭보다 먼저 달려오는 두근거리는 마음도, 고릴라 엉덩이 할머니들까지 그렇게 달려온다. 택배트럭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심이 달려간다.
앞산의 머리카락을 빨갛게 염색하면서 가을이 곧 택배 트럭을 타고 곧 올 것이다. 그 가을을 난 두근거리며 또 기다려 볼 것이다. 그 택배 트럭이 보일때까지.
*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시마중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천재시인의 한글연구> [문학동네 2017]가 있다. 천재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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