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전북의 가을을 수놓은 소리잔치, 2019 제18회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6일 막을 내렸다. 닷새간 펼쳐진 이번 축제에 전북도민과 관광객 10만600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도전이 돋보인 주요 프로그램을 다섯 차례에 걸쳐 전문가들로부터 들어본다.
- 개막 공연 ‘바람, 소리(Wish on the Winds’
10여 개국에 달하는 음악가들이 저마다의 ‘소리’를 매개로 한 자리에 모여 뿜어낸 화합의 에너지는 전주의 한 복판에서 성공적으로 울려 퍼졌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2019 전주세계소리 축제, 10월 2일에 열린 개막 공연은 신선함과 노련함, 성과 속, 정과 동, 동과 서가 한데 어우러진 한 판이었다.
중부 폴란드 전통음악의 유산을 지켜오고 있는 야누스 프루시놉스키 콤파니아가 폴란드 무곡 마주르카를 재해석한 노련한 음악은 바로 이어진 청소년 관악 오케스트라의 신선한 연주와 대조를 이루었다. 전북 5개 지역 학교 2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관악오케스트라는 우리 궁중음악 수제천 변주곡을 장엄하면서도 발랄하게 연주해 궁중음악 해석에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오르간의 울림과 함께 부르는 조지아 정교회의 가톨릭 성가, 영혼의 천도의례인 영산재에서 목탁, 징, 나각, 나발, 태평소의 반주에 맞춰 추는 바라춤의 조화는 천상의 음악을 만들었다. 한 무대에서 가톨릭음악과 불교음악을 번갈아 보여줬지만 미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오르간 소리에 맞춘 범패와 성가의 대화 부분에서는 종교음악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며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위한 축원의 기능을 충실히 해냈다.
대금의 명인 원장현과 그들의 제자 10인이 함께 연주한 날개와 원장현류 대금 산조의 무대는 스승과 제자가 한 곳을 향해 노래하는 ‘나무의 노래’로서 훈훈한 호흡을 연출했다. 정상희, 최경만, 실뱅 바로우가 함께 연주한 판소리 춘향가의 ‘갈까부다’ 대목은 소리, 피리, 두둑이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이어 12인의 장구장단앙상블이 연주한 설장고 가락에 맞춰 추는 소고춤과 도미니카 수헤츠카, 카렌 루고의 춤은 우리 장단으로 다른 나라의 춤을 출 때 어떠한 춤사위로 구현될지 기대하게 하는 신선한 시도였다.
무엇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무대는 끝곡으로 연주한 ‘월드시나위’였다. 개막공연에 섰던 관악연주자들이 모두 모여 연주한 ‘시나위’는 음악성 높은 연주자라면 국적 불문하고 그 맛을 경험해 봐야 한다.
한국, 폴란드, 대만, 스웨덴, 티벳, 호주, 프랑스, 스페인 등 세계 여러 나라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뿜어내는 하모니는 음악으로 인류가 하나 되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월드시나위는 특별히 해마다 계속 진화하는 월드시나위 명곡이 탄생하게 될 날을 기대한다. /송지원 음악인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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