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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코스모스

꽃길을 갑니다. 재채기만 해도 놀라 달아날 것 같다는 꽃, 코스모스 길을 갑니다. 빨강, 자주, 분홍, 흰, 조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카오스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신이 맨 처음 만들었다는 꽃이 분명한 듯합니다. 긴 허리를 살살거리는 살살이 꽃, 연습 없이 만든 꽃이라 연약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는 말엔 동의하지 않기로 합니다. 계절마다 수많은 꽃이 있다지만 누가 뭐래도 가을엔 코스모스가 제격입니다. 한여름에 피어도 어쩔 수 없는 가을꽃, 아련한 소녀의 귀밑머리처럼 나부낍니다.

신작로 양편에 코스모스가 나란합니다. 이 길을 따라가면 분명 기차역에 닿을 것입니다. 이 길을 곧장 걸어간 코스모스, 깨금발을 딛고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렸을 터입니다. 목 빼고 기다렸을 터입니다. 그 옛날 젊디젊은 어머니의 나들이옷 같은, 추석 전날 밤 담 너머로 아랫집 대청마루를 기웃거리던 꽃분이의 블라우스 같은 꽃입니다. 콩쿨대회가 끝날 때쯤이면 휘영청 달이 밝았지요. 달빛 아래 코스모스 환장하게 고왔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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