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소리프론티어’에 싣는 기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의욕적으로 진행해온 젊은 음악인들의 등용문 ‘소리프론티어’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그간 이 경연을 거쳐 간 여러 팀들이 한국 음악계의 주목할 소장파로 활동 중이며, 소리프론티어는 전통 국악의 대척점에서 우리 음악이 월드뮤직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역사의 현장으로 발돋움했다. 음원 심사와 예선 경연을 치른 세 팀이 축제 동안 자웅을 겨루었다. 그리고 상자루, 가악프로젝트, 헤이스트링이 각각 1~3위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나는 어느 팀이 수위에 올라 ‘천만 원’의 상금을 받는 지에 주목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수년간 음원과 라이브 심사에 임하면서 젊은 음악인들이 어떤 지향을 지닌 채 작업에 몰두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와 문제점을 진단하며 우리 음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관계자들과 적잖은 고민을 공유해왔다. 그 고민의 근원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 소리프론티어가 단지 ‘상금 많은 수준급 경연’에 머물지 않(아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소리프론티어의 가장 큰 가치는 참신한 시각과 태도의 음악인을 발굴하는 데 있다. 실제로 이 경연에 참여한 음악인들은 예외 없이 ‘새로움’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토로해온 새로움의 가치가 무엇에 기준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가장 경계할 것은 클리셰의 답습이다. 클리셰를 버리려면 단지 우리 음악계의 흐름만 살피지 말고, 수십 년 간 이어진 월드뮤직의 역사 속에서 자신들의 어법과 스타일이 어디에 자리해 있는지 명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음악인들에게 전한다. 어깨춤 들썩이며 관객들이 던져주는 환호가 소리프론티어를 통해 이룰 최종 목표가 아니길 바란다. 선현들이 유효하지 않다고 결론지은,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케케묵은 화성(和聲)의 조합이 우리 음악의 아름다움을 세계화하는 방법이 아님을, 더 늦기 전에 깨닫길 바란다. 소리프론티어에 도전하는 이유가 화려한 경력을 한 줄 더 적어 넣어 ‘행사 단체’로부터 많은 섭외 전화를 받기 위함은 아니길 바란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측에 전한다. 무엇보다, 이 경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노골적으로 더 깊은 예술성을 요구하자. 이를 위해 그 진행 과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으며, 일종의 프로듀싱을 통해 음악인들이 스스로의 난제가 무엇인지 파악한 뒤 최종 경연에 임하도록 도와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상금을 줄이는 쪽이 옳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음악인들로 하여금 소리프론티어가 자신들의 음악을 구체적으로, 실질적으로 발전시킬 거란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소리프론티어가 새로운 꿈의 시작점이길 바란다. 이는, 한국 음악의 미래를 위해 우리 스스로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소신과 능력을 겸비한 시스템은 늘 진화를 갈망한다. 그 목마름에 응하는 이들만이 진정한 ‘개척자’로서의 자격과 권리를 얻는다. /김현준 음악평론가(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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