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잎새에 복사꽃 같은, 주차장에 핀 꽃 이름을 묻는 이의 소매를 끌며 ‘그냥 꽃’이라 일렀습니다. 가랑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밟으며 올라갑니다. 어디선가 목탁 소리 들립니다. 절간은 아직 멀어, 두리번거립니다. 딱딱 딱딱 탁목새네요. 앞서가던 이가 닥닥 닥 돌 봉숭아를 찧어 손톱에 처맵니다. 다섯 살배기 오줌발인 듯 쪼르르 마른 폭포가 나립니다. 벼랑에 매달리던 옛길 아니어도 숨이 찹니다. 철계단을 딛는 발소리가 텅 텅 잘 맨 장구 소리 같네요. 투두둑, 은행알 떨어지는 우화루 옆 돌담 가에 또르르르 감로수가 대롱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적묵당 마루에 걸터앉습니다. 소슬바람에 땡 땡그렁 처마 끝 풍경이 웁니다. 바싹 마른 가을볕에 요사채 창호지 숨 쉬는 소리 들리는 듯하네요. 산마루엔 이미 반 뼘 햇살. 미처 못 들은 새벽 싸리비 소리, 스님 방 찻물 끓는 소리, 서리 내리는 소리는 아껴 두기로 합니다.
“오지 않는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꾸 가”(최남선 <혼자 앉아서> )던 입동 전날 불명산 화암사에 올랐습니다. 온몸으로 가을을 들었습니다.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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