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만 내던 환자가 웃기 시작했다.
누워만 있던 환자가 걷기 시작했다.
세계 치매 치료의 최전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법같은 케어법, 휴머니튜드!
국내 최초로 휴머니튜드 도전이 시작된다.
치매 환자 75만 시대, 치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파괴하는 치매!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프랑스 치매 케어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가 창안한 케어법 ‘휴머니튜드’는 치매 노인을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돌보는 것이 핵심 철학이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스페인 등 세계 13개 국가가 도입하고,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휴머니튜드 케어법! KBS <다큐 인사이트> 에서는 ‘휴머니튜드’를 국내 병원에 최초로 적용해보았다. 2개의 시립 요양병원에서 14명의 중증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60일간의 도전! 다큐>
두 달 뒤 그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혁명’이 시작된다.
1부. 나는 나쁜 간호사입니다
현직 간호사들의 고백 "우리는 묶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 이정례 할머니의 목욕날이 되면 간호사들 사이엔 긴장이 흐른다.
목욕 내내 간호사들을 때리며 소동을 벌이는 이 할머니. 4명의 간호사가 붙어 실랑이를 벌이며 목욕은 겨우 진행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쟁이 벌어지는 치매 요양병원의 현실. 소통이 되지 않고, 폭력도 서슴지 않는 치매 노인들 때문에 간호사들의 온몸은 맞아서 생긴 상처투성이다.
치매 환자들이 소동을 벌일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신경안정제를 처방하거나, 환자의 안전을 생각해 묶는 것뿐이다. 환자의 안전과 인권 사이에서의 오랜 딜레마.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요양병원 간호사들은 이제 방법을 찾고 싶다.
"어르신들을 도와드린다.. 내가 희생한다..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도와주는 게 아니고 폭력이었어요.
몰랐기 때문에 내가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거예요."
- 요양병원 간호사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요양시설 치매환자들. 사고 위험이 높은 환자는 안전을 위해 안전띠를 할 수밖에 없다.
그들도 성실하고 다정한 부모였다
최수천 할아버지는 치매 병동에서도 가장 케어가 어려운 환자다. 늘 간호사들에게 화를 내고, 심지어 물고 때리는 할아버지. 하지만 그는 평생을 연탄공장 노동자로 성실하게 일해 온 책임감 강한 가장이었다.
지금은 ‘치매 노인’이라 불리는 환자들. 그러나 그들도 생의 한창일 때는 가장 성실한 시민이었으며, 자식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던 자애로운 부모였다. 그런 부모의 모습을 기억하는 자식들에게 현재의 모습은 가슴 아프기 짝이 없다. 집에서 돌보기엔 위험부담이 많기에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부모를 맡겨야 하는 자식들. 현재 75만명의 치매 환자들 중 15만명 이상이 요양시설에서 살아가고 있다.
"기억나는 건 항상 여섯시에 일어나시면 일하러 가시는 거죠.
그런 생활을 한 30년 동안 퇴임하실 때 까지 하셨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오셨기 때문에 저희 형제들이 이렇게 잘 클 수 있었던 거구요.
치매에 걸리실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 치매 환자의 아들
일본 대형병원의 반성과 변신
우리보다 20년 일찍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 20년전 일본도 치매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 묶어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제의식이 제기되며 대전환이 시작됐다. 혁명의 시작은 후쿠오카였다. 10개 대형병원이 환자의 신체 구속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른바 ‘후쿠오카 선언’이다. 신체 구속을 폐지한 다음날 병원은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초기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약속을 지켜온 결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신체 구속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공격성이 줄어들고 간호사들과 관계가 좋아진 것. 걱정했던 낙상사고는 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걸까.
평생을 치매 환자 연구에 매진해온 오이겐 교수는 치매노인들의 심리에 주목한다. 치매 환자들의 이상행동, 그 근원은 현실과 단절감에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것. 그는 치매 환자 케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과 연결을 이어주는 것이며, 간병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매 환자 분에게 주변 사람들, 그리고 사회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 연계가 왜 필요하냐면 치매를 앓으면서 자신이 오늘 여기에 무엇을 위해서 있는지 점차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그 불안을 치매환자 분들은 다른 증상으로 바꿔버립니다.
그 증상으로 가장 빈번한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 치매 전문의사 오이겐 교수
가장 인간적인 치매 케어법, ‘휴머니튜드’의 발견
일본 고리야마병원의 첫 인상은 특별하다. 텅 비어있는 간호사실. 40명의 간호사들은 모두 환자 곁에 붙어서 케어 중이다. 환자들은 환자복 대신 자유복을 입고 생활하고, 밥도 병실이 아닌 휴게실에 둘러앉아 먹는다. 처음 이 병원에 입원할 당시만 해도, 거동도 못하고 공격적이었다는 맛사지씨. 그는 입원 석 달 만에 걷기 시작했고, 지금은 간호사들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리야마 병원에서 적용하고 있는 케어 방식은 ‘휴머니튜드’. 프랑스의 치매 전문가 이브 지네스트가 개발한 ‘휴머니튜드’의 기본 철학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환자를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핵심이다. 보고, 말하고, 만지고, 서게 하는 네 개의 큰 축에 150여가지의 기법으로 이루어진 ‘휴머니튜드’. 이브 지네스트는 치매 환자의 공격성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 있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는 살아오면서 한번도 공격적인 환자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힘으로 환자들을 다루지 않으면 그들도 힘으로 저를 상대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공격적인 것이 아니라 방어적인 것입니다."
- 프랑스 치매전문가 이브 지네스트
이브 지네스트, 한국에 오다
2019년 6월, 마침내 이브 지네스트가 한국에 입국했다. 인천시에서 국내 최초로 휴머니튜드 케어 워크숍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인천의 두 개 시립 요양병원, 간호사 6명이 휴머니튜드 케어법을 전수받고, 이를 환자들에게 직접 적용해보기로 했다. 워크숍 첫날, 간호사들의 환자 케어 모습을 영상으로 본 이브 지네스트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치매 치료에 가장 나쁘다는 전형적인 ‘강제적 케어’라는 것. 예상치 못했던 그의 지적에 간호사들의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시작된 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간호사들의 휴머니튜드 도전! 두달 뒤, 환자들에게, 그리고 간호사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부드러운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멍청한 간호사였구나. 근데 내가 잘난척을 하고 살았구나.
간호사생활 제가 금년 30년인데 30년 도대체 어떤 세월을 보낸 건가..
잘못된 간호사였어요. 나쁜 간호사였던 것 같아요."
- 휴머니튜드 워크숍 참여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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