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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쓸쓸한 등

점심시간이면 몰래 쪽쪽 쪽 수도꼭지를 빨았더랍니다. 배부르다 배불러! 최면을 걸었지만 오그라드는 등은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점심때 먹은 고구마가 얹혔나? 저녁엔 굶어야겠다, 닥닥 쌀독 긁어 지은 밥 식구들 다 퍼주고 부엌으로 나가시던 등 고부라진 어머니는 더 오래된 전설이었습니다.

때로는 시침 뚝, 뗍니다. 시름을 감추고 한숨을 숨깁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닌 척 세상을 속이고 자신마저 속여도, 쓸쓸한 등은 끝내 어쩌지 못합니다. 저기 한 사내가 앉아있네요. 면목 없다는 듯 의자 끝에 궁둥이 살짝 걸치고 있습니다. 수그린 등이 어쩔 수 없어 흔드는 백기 같습니다. 세상을 받아내는 방패 같습니다.

빈 지게가 더 무거운 법! 돌아가 식솔 앞에 쌀 한 말 부릴 수 없다는 듯 빈 가방 밀쳐놓은 저 사내, 사각의 링 위에 수건 던지고 온 복서 같습니다. 저물기를 기다려 허청허청 귀가할 것입니다. 시월 상달, 오늘은 달도 없는 그믐입니다. 먼 옛날 아버지, 마당에 나락 한 짐 부려 놓는 가을 저녁 허엄 험 연신 헛기침을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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