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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원의 '미술 인문학'] 물고기와 새를 그리는 화가 노은님

노은님, 달과 함께, 143x158cm, 2019.
노은님, 달과 함께, 143x158cm, 2019.

전주 출신 화가 노은님은 가난 때문에 23세이던 1970년, 간호보조원으로 독일에 갔다. 그 이듬해 스위스 취리히미술관에서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었다. 전주를 떠나기 전 어머니의 초상을 그려 볼까하다가 실패하고 가져간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간호장의 눈에 띄어 전시를 하게 되고 우연히 함부르크 폴 클레의 제자였던 한스 티먼 교수의 인정을 받아 함부르크 국립미술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듣고 나뭇잎도 그리고 새도 그렸다. 다른 학생들은 멋진 추상화를 그리는데 본인의 것은 유치원생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창피해서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 그런데 다음 날 와보니 티만 교수가 그녀의 그림들을 칠판에 붙여놓고 ‘이게 진짜 그림’이라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화가 노은님.
화가 노은님.

1990년 그녀는 함부르크 국립미술대학의 교수가 된다. 같은 해 프랑스 FIAC에 참여 했는데, 이때 출품했던 붉은 배경에 다리가 셋 달린 ‘이상한 동물’은 프랑스 중학교 문학 교과서에 실린다. 2004년 발간한 에세이집에서 그녀는 ‘나는 그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파는 사람’이라고 썼는데, 그녀가 그리는 동물들의 원천은 어릴 적 전주 교동에서 살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애들 기르고 동물 기르는 재미로 사셨던 아버지는, 개집에 신문지 깔고 들어앉은 그녀를 위해 전등을 달아주고 커튼을 쳐주었다. ‘그 안에서 개 한 마리와 비둘기를 데리고 살았죠. 물고기를 잡아 우물에 넣은 후 겁 없이 우물 벽을 타고 내려가 밥을 주고 오면, 어머니는 물고기가 어떻게 물을 따라 여기까지 왔을까, 의아해 했어요.’

1980년대 초 공간화랑에서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했을 때 필자는 리뷰를 쓰면서 그녀를 만났다. 당시에도 원초성이 개성 있게 드러나는 회화성이 주목받고 있었다. 얼마 후 전주를 방문했던 그녀는 남노송동 집에 걸린 내 드로잉을 보고 요셉 보이스가 연상된다고 말했다. 얼마간 절에 머물고 싶어 하는 그녀를 위해 선운사까지 버스로 동행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조용한 절에서 노스님이 파리채로 파리를 때려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독일 함부르크와 미헬슈타트의 천년 고성을 오가며 작업을 하는 그녀는 최근 미헬슈타트 시립미술관에 영구 전시관을 개관하였다. 미헬슈타트의 고성 옆 삼백년 된 극장에서 사는 그녀는 가끔 파티를 연다. 그 파티엔 공주도 시장도 사장도 오고 동내 약사, 골프장 캐셔, 이주노동자도 온다. 앞마당에는 오리와 뒷산의 여우, 사슴과 멧돼지가 노닌다.

 

노은님, 문막 오크밸리 교회 유리 조형, 2001.
노은님, 문막 오크밸리 교회 유리 조형,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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