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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그 풍경과 상처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

졸업 시즌이다. 일찍 마친 학교도 있지만, 다수의 학교가 이번 주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치르고 학년 말 방학에 들어갈 것이다. 졸업은 통과의례다. 대학교는 다르지만, 초중등학교의 경우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교 과정을 마친데 대한 격려와 축하의 자리가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다른 것들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서 졸업을 임하는 자세 역시 많이 바뀌고 있다. 생애 처음 맞던 초등학교 졸업식장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하고 노래가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훌쩍이곤 했었다. 특히 이 초등학교를 끝으로 더는 책가방을 들 수 없는 친구들에게 이날은 특히 남달랐다. 정든 학교, 그리고 친구들과 헤어져 대처로 나가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이니 졸업식은 어쩌면 황량한 삶의 사막으로 가는 의식 같았을 것이다. 결국, 식장은 울음바다가 돼 축하하러 온 부모님들까지 눈물을 훔치시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학교는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졸업식을 맞았다. 까만 교복이 지겨웠던 것일까? 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교복에 밀가루를 뿌리고 계란을 던지곤 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계란과 하얀 가루를 뒤집어쓴 행색은 무슨 귀신영화의 주인공처럼 괴기가 감돌았다. 그런 몰골로 교복을 찢으며 한풀이를 하듯 학교를 벗어나던 친구들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이 풍경은 필자가 교사로 있던 시기에도 이어졌다. 졸업식 당일 학생부 교사들이 단속을 벌여 밀가루와 계란을 미리 압수하기도 했지만, 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다시 들여오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작별의 서운함에 눈물에 젖었던 졸업식이 바뀌어 억압의 생활을 끝내고 해방을 맞는 그들만의 축제처럼 보여 씁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화가 된다. 졸업식의 분위기가 학교 밖으로 이어져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해방감에 술을 마시고, 알몸으로 시내를 질주하는 추태로 번졌고, 결국 이런 광란의 파티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러자 경찰까지 나서 졸업식 일탈을 단속하게 되자 졸업식 파티는 조용해졌다.

졸업식장 풍경도 바뀌었다. 학교장 회고사에 이어지는 내빈들의 축사, 그리고 상장 수여식과 장학금 전달식까지…… 결국 상도 장학금도 못 받는 학생들은 기가 죽어 앉아 있다가 나와야 했다. 그러던 졸업식이 점점 권위적인 관행을 걷어내고, 학생들의 축제가 돼 간다. 부모들 앞에서 스스로 이렇게 성장했노라고 보여주는 무대는 따뜻하다.

그러나 올해는 어떤 졸업식 풍경도 볼 수 없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졸업식이 취소되거나 축하객 없이 종례를 하듯 각 교실에서 치르게 된 것이다. 번거롭게 졸업식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홀가분한 일일 것이나, 서로 격려하고 감사하는 자리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여간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계기는 또 다른 변화로 이어진다. 취소했거나 외부인 없이 간소하게 치른 졸업식이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생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며, 또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 마음만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초라한 졸업식일지라도 졸업생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김판용 임실 지사중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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