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시대를 불문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축으로 존재해왔다. 사전적 의미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20대 정도의 연령대를 말하지만, 오늘날의 청년은 19살부터 34살 언저리의 연령대를 살아가는 남녀를 포함한다. (청년기본법 참고)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청년’은 우리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을까.
전북에는 꾸준히 자생력을 쌓아가며 활동을 이어가는 청년작가단체가 있다. 그중 하나로 ‘C.art(씨앗)’ 단체가 있다. 2011년 전북 도내 예술대학과 미술학과의 정원이 축소되고 폐과가 되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껴 전북에 위치한 4개 대학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군산대)의 졸업을 앞둔 미술학과 4학년 학생들이 합심하여 창립 후 현재까지 매년 새로운 기획전시발표와 국내의 저명한 미술평론가를 초빙하여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활동을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단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위기감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지역 청년작가단체와의 교류, 공개 아티스트토크 등 매년 새로운 시도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더젊음’ 이라는 단체는 2014년부터 대중들에게 다가서는 실험적인 기획과 전시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트상품제작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생대회를 여는 등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참신한 기획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전주 선미촌에 ‘물결서사’라는 책방을 열고 주민 워크샵과 청년작가 기획전시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물왕멀’이라는 단체가 있다.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로 이루어진 이 단체는 미술의 제한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청년작가들은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지닌 채 나름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으며 그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의 박수는 전혀 아깝지 않다. 척박한 토양을 스스로 일구어나가고 있는 굳센 농부들이며 하루하루 정해진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탐험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시장의 화려한 조명과 작품 뒤에는 생활과 창작이라는 두 줄 타기를 아슬아슬하게 견디는, 이 시대 청년으로 살아가는 작가들의 치열한 삶의 단면이 존재한다. ‘88만원 세대’로 시작하여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일컬어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의 얼굴에는 당찬 푸르름이 느껴져야 당연하지만, 오늘의 빵과 내일의 꿈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작가들의 하루는 점점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1월 9일 ‘청년기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청년의 권리 및 책임, 청년 정책의 수립·조정 및 청년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기본법의 주요 내용은 청년의 권리 보호 및 신장, 정책결정과정 참여확대, 고용촉진, 능력개발, 복지향상 등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청년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되는 정책적인 부분에서 청년들의 기본권이 나아진다면 생활과 창작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작가가 중도 포기하지 않고 예술가로서 스스로 입지를 다져갈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청년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를 가진 시민이자 정책의 주체로서, 대안을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언젠가 우리 지역예술계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청년작가들이 당찬 푸르름을 내뿜으며 우뚝 서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김성수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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