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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 - 박지숙 ‘괴물들의 거리’

조선인의 처참한 죽음과 공포, 책 속에 고스란히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변종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어떤 해결책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오는 공포감이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1923년,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자 일본인들의 불안과 원망이 정부로 향했다. 일본 정부는 민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다른 표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본 본토에 머물고 있던 조선인이 그 대상이 되었다.

처참하게 자경단에게 죽어간 조선인들을 다시 현대에 되살려낸 동화가 있다. 박지숙 작가의 ‘괴물들의 거리’(풀빛, 2019년)가 그것이다.

한 달이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6천여 명의 조선인들이 살해당했다. 강과 강변에 조선인들의 시신이 쌓이고 강물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자경단 무리가 한꺼번에 그 아저씨에게 몰려가 몽둥이가 부러질 때까지 매질을 했다. 그 다음에는 무자비한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아저씨의 몸은 곧 피투성이가 되었고 눈이 부어올라서 뜨지도 못했다. 아저씨는 몸을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더는 버티지 못했다.”

주인공 원이도 엄마, 아버지와 헤어져 혼자 도망치다가 조선인들을 끌고 가는 자경단을 본다. 그리고 횃불 아래로 드러나는 살인자의 얼굴을 보며 놀란다.

“밧줄로 조선인을 묶은 사람은 채소 가게 주인 야마구치 아저씨였다. 죽창을 든 저 아저씨는 우동 가게 주인이고 저기 대검을 장난감처럼 휘두르는 아저씨는 생선 가게 주인이다.”

평범한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조선인을 죽이는데 앞장선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기에는 아픈 역사다. 저항조차 할 수 없었던 조선인들의 처참한 죽음과 공포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프기 때문에 더 기억해야 한다고 여겨진다.

역사는 역사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역사는 바로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기억하고 되살려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 아물어가도 다시 후벼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이 잊지 않아야 할 치욕의 역사인 것이다. 우리 몸이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괴물들의 거리’ 동화책은 우리 무의식 깊은 곳의 상처를 다시 후벼내고 있다.

 

* 장은영 동화작가는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통일 동화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로>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마음을 배달하는 아이> , <내멋대로 부대찌개(공저)> , <책 깎는 소년> , <으랏차차 조선실록수호대> , <설왕국의 네 아이> 가 있다. <책 깎는 소년> 은 2018년 전주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요즘에는 지역의 역사를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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