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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징검다리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건넜겠지요. 꽝꽝 얼어붙은 겨울에나 왕래했겠지요. 큰비라도 내려 냇물이 불면 발을 동동 굴렀겠지요. 종아리에 알통 벤 장정들이 영차영차, 멀리서 커다란 돌을 옮겨와 다리를 만들었지요. 이편과 저편이, 그대와 내가 이어져 언제라도 건너오고 건너갈 수 있게 되었지요. 사람의 길 트려고 물길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 냇물을 아예 끊지는 않았지요. 아이들 걸음 간격으로 돌을 놓았지요. 섶다리처럼 틈새 없이 이어붙이면, 저쪽과 이쪽이 없고 나는 또 그대가 너무 환해 밤새 도란거릴 이야기가 없을 테니, 말없음표처럼만 늘어놓았지요. 어디 사람만 건넜을까요, 달을 초롱 삼아 별들도 오갔을 겁니다. 늦도록 마실 다녔을 겁니다.

동양화는 먹이 모자라서, 그만 붓이 다 닿아버려서 여백(餘白)을 남겨둔 게 아니지요. 징검돌도 이어놓되 떼어놓은, 딱 그만큼의 틈을 둔 것이지요. 벌써 춘분이 지났네요. 냇가 갯버들에 연초록이 자꾸 번져갑니다. 우리들의 봄도 콩 콩 징검다리를 건너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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