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동네에는 어떤 미술작품들이 있는지 둘러본 적이 있는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의 생활 주변 공간에서 다양한 공공미술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조형작품은 삭막한 도시 속에서 누구나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띠며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 있기에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미술이 진행되는 경로는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로 퍼센트 법이라고도 불리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로 설치되는 미술작품이 있다.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신축 또는 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직접 설치비용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며 아파트나 대형빌딩, 병원, 마트와 백화점 앞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야외 조형물과 건물 로비에 설치된 미술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건축주가 사전 협의를 통해 지정 공모로 작가를 선정하기도 하고 건물의 목적과 컨셉에 맞는 작품을 공모를 내어 선정하기도 한다. 사업 대부분에 작가가 직접 참여하며 전북의 경우 전문가로 이루어진 20명 내외의 ‘전라북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 회의를 통해 작품설치의 가부가 결정된다.
두 번째로 전문작가가 참여하여 커뮤니티 형성이 주축이 되는 ‘마을미술프로젝트’ 계열의 사업이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 기금납부를 통해 모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나 지자체의 예산을 사용하여 삭막해진 도시를 다양한 색으로 수놓는 벽화작업과 기발한 설치작품을 통해 침체되고 소외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예술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전주시에는 2000년대 초반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이루어진 ‘동문예술거리’와 ‘자만벽화마을’이 있으며 최근에는 ‘첫 마중길 야외조각 전시’, ‘예술있는 승강장 사업’과 ‘이동형갤러리 꽃심’, ‘선미촌 2.0 프로젝트’처럼 문화예술 도시를 지향하는 도시계획 속에 실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공공미술프로젝트가 실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기념조형물의 형태가 있다. 조달청의 기준으로 집행되며 금액이 큰 만큼 지원조건이 까다로워서 조각가 혹은 전문예술인보다 조형물 전문업체나 기업형태의 접근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와 둘째의 경우 작가의 직접적인 참여도가 높고 전문가로 이루어진 심의위원 조성과 심사과정에서 작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기에 심미적 평가가 양호하나, 셋째의 경우 경쟁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액의 랜드마크형태의 조악한 조형물들이 무분별하게 설치가 되면서 기존의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공공예술작품마저 함께 질타의 대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각 지역의 특산물이나 상징물을 예술성의 고려 없이 확대하여 조형화시킨 것들이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공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우리 주변에 설치되는 작품들의 선정절차와 작가선정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건물이 세워지면 어떤 작가의 작품이 세워지게 되는지 어떤 절차를 통해 작품이 선정되는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작품을 관람하는 것만큼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예술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할 만큼 가까이 있으며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 어떤 이는 작품을 보며 꿈을 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지친 삶의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요즘,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미술작품을 찾아 산책을 해보는 건 어떨까.
/김성수 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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