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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전북도 이견차…봉쇄된 전북도청

민노총 등 집회 예고하자 전북도 자체 도청사 봉쇄
도지사와 면담 요청…도청 청소·미화 노동자 근로 문제가 출발점
도 "공무직근로자의 근로조건 모두 동일, 개별교섭 할 수 없다"
민노총 "사용자인 전북도가 단체교섭 주장 말고 개별노조 모두 참여 필요"

28일 전북도청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시민사회단체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민원인이 봉쇄된 청사에 들어가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조현욱 기자
28일 전북도청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시민사회단체간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민원인이 봉쇄된 청사에 들어가지 못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조현욱 기자

최근 전북도청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일하는 도청사에 출입하기 위해 옆 건물인 도의회를 거쳐 이동하고, 민원인들은 문 앞까지 왔다가 ‘무슨 일이래’ 혼잣말하며 발길을 돌린다. 점심시간이라도 되면 청사는 더욱 아수라장이다. 1500여 명의 직원이 청사 바깥으로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흡사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듯하다.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도 벌어진다. 민원인의 청사 출입이 자유롭지 않다 보니 여권을 만들러 온 도민은 도청사 바깥, 민원실 바깥 야외에 있는 테이블 앞에서 여권을 위한 서류를 작성한다. 조그맣게 열린 민원실 창문 사이로 서류와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오간다.

지난 27일 전북도청사의 모든 출입구가 폐쇄되며 벌어진 일이다. 애초 코로나19 사태로 후문 한 곳만 열어두고 출입을 통제하기는 했지만, 전면 봉쇄한 것은 처음이다. 후문 앞에는 승합차 두 대가 차 벽을 이루고 서 있고, 차 벽 앞에는 대형 화단 10여 개가 놓였다.

청사 봉쇄의 이유는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주축으로 한 전북민중행동이 집회와 도지사 면담을 요청했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도 양쪽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다.

문제가 벌어진 것은 최근 몇 달 동안 계속된, 전북도청 청소·미화 노동자 문제가 출발점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 전환에 따라 도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흔히 위탁업체 소속 직원들이 올해 1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북도청 시설·미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은 월 30만 원 이상 삭감되고, 정년은 60세로 줄어들었다. 지난 15년 동안 지켜온 교섭권은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몇 달간 도청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아침 시간과 점심시간 등 삼보일배와 단체 농성 등 주기적으로 집회를 벌여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북도는 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실상을 들어보면 전북도의 입장에도 문제는 없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일부 공무직 근로자가 민주노총에 가입해 민주노총을 앞세워 개별교섭권을 요구했으며,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민주노총이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단체교섭 시 한 사업장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대표교섭 노조를 정해 교섭을 진행하게 돼 있다. 예외적으로 사용자가 각 노조 근로자 간 근로조건이 달라 개별교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때는 각각의 노조와 단체교섭을 개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전북도는 현재 도청 공무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모두 같기 때문에 개별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도는 그동안 정규직 전환을 위해 양대 노총 모두를 참여시킨 공무직 전환을 추진했다. 개별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크다”면서 “노조 간 해결할 문제에 전북도가 개입하는 것은 더 큰 문제로 확산할 수 있다. 현행법 규정을 준수하고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이 단체교섭권을 두고 한국노총과 갈등 속에 전북도를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회를 이끄는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러한 말에 펄쩍 뛰며 “절대 아니다”고 말한다. 단체교섭권이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정규직 전환을 두고 약속한 내용이 다른 것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송하진 도지사가 최소한의 면담조차 회피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싸움이 아니라 올바른 사용자로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노조 대표를 함께 만나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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