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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메르켈 총리의 덕목

김은정 선임기자

독일에서 유학중인 지인 부부가 안부를 전해왔다. 부부는 젊은 신학도 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위기를 맞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보며 그들의 안부가 궁금했었다. 신학대를 막 졸업한 이들은 목회활동으로 연고가 없는 전주에 와서 살았다. 전주의 작은 교회 소속 교역자였던 남편과 같은 길을 가면서도 경제적 여건을 위해 또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했던 아내는 두세 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렸다.

부부는 지난해 연말,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목회활동을 하며 신학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서였다. 한 달이 지나고서야 시간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간신히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럽에도 코로나가 닥쳤다.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들의 안부였다. 주거와 일자리 등 어느 것 하나도 안정되지 않았을 초짜(?) 유학생 부부에게 코로나가 몰고 온 상황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길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의외로 침착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즈음 독일 메르켈 총리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2005년 총리가 된 이후 처음으로 전국 방송으로 중계된 메르켈 총리의 기자회견 내용은 세계적으로도 관심사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다는 것, 국민의 60~70%가 감염되어 항체가 생길 때야 비로소 끝날 수 있다는 것, 지금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위기상황이라는 총리의 회견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단호하고 명징했다. ‘그럴듯한 수사나 몸짓을 사용하지 않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진정성 있게 설명했다’는 독일 언론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국민들을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지 않도록 침착한 어조를 유지했다’는 평까지 더해졌다. 그즈음 메르켈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80%를 훨씬 웃돌았다.

두 달여 지난 지금 독일의 코로나 확진자는 178,473명(5월 21일 기준)에 이른다. 세계 최고의 의학과 제약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임을 감안하면 코로나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사망자는 8144명에 그친다. 독일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주요도시에서는 공공생활 조치에 대한 항의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독일 국민 다수는 여전히 정부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주목을 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증거일 터.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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