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21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추진에 나선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수도권 부지를 우선 배정해주는 리쇼어링 대책을 마련했다. 여기에 수도권에 들어서는 첨단산업이나 연구·개발센터에는 150억 원을 지원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도 확대한다. 물론 정부는 수도권 규제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턴 기업 입장에서는 비수도권보다는 수도권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비수도권에 비해 교통물류나 정주여건, 투자가치 등에 있어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1호 법안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된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준비 중인 1호 법안은 수도권 SOC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담고 있다. 이 의원이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된 데다 대권을 꿈꾸는 만큼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압승함에 따라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에 방점을 찍었다. 보수정권 시절 추진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폐기하고 국가균형발전 실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주최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도 가졌다.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3대 전략과 9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또 수도권 집중현상 완화를 위해 2022년까지 175조 원을 투입해 지역 균형발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회복 방안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러한 국가균형발전 노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과 돈이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수도권 진입 장벽을 낮춘다면 비수도권 지역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의 폐허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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