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협 직원 때부터 싹싹함 무기로 접근해 경계심 허물어
주택자금이나 자녀 결혼자금까지 날린 피해자들 공분
상인 등 71명 고소장 제출, 3일 기준 추산 피해금액 430억원
전북경찰, 전담수사팀 편성 등 수사에 속도
피해 추산액만 430억원에 달하는 전주 전통시장 사기사건의 피의자 A씨(47·남)는 특유의 싹싹함을 무기로 상인들에게 접근했다.
10여년 전 신협 직원이었던 A씨는 은행 파출 수납 업무를 하며 상인들을 만났다. 매일같이 찾아와 잔심부름이나 자질구레한 일들을 해주니 상인들 사이에서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삼촌~ 이것 좀 해 줘” 하는 부탁이 예삿일이 됐다. 그렇게 그는 상인들의 경계심을 허물었다.
그러던 A씨는 어느 날 대부업체의 사장이 됐고, 상인들을 상대로 달콤한 유혹에 나섰다. 3%대 이자를 보장할 테니 투자하라는 제안이었다. 매일 1만원씩 적립해 100만원이 쌓이면 103만원을 주는 식이었다. 때가 되면 꼬박꼬박 이자가 들어왔다. 어김이 없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공돈으로 들어온 이자는 쏠쏠한 수입이 됐다. 그렇게 믿음이 굳어져 갔다.
입소문이 나자 상인들 여건에 따른 맞춤형 투자 유도가 이어졌다. 기존 고객들의 납입액을 차츰차츰 올렸다. 자금력이 넉넉하다고 판단되면 더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며 보다 많은 돈을 쏟아 붓게 했다. 4~5부 이자를 준다는 제안도 있었다. 혹할 수밖에 없는 유혹이었다.
그렇게 투자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니 신뢰가 쌓였고, 어떤 이는 주택자금을 밀어 넣었다. 평생 모은 자녀 결혼자금을 몽땅 몰아넣은 사례도 나왔다. 이자 욕심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거나 지인의 돈을 건네받아 투자해 2~3차 피해를 낳은 경우도 있었다.
3일 기준 추산된 피해금액만 430억원에 달한다. 당초 300억원 규모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다. 피해를 호소하며 고소장을 접수한 이도 무려 71명이다. 남편 몰래 투자한 아내,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 쉬쉬하고 있는 상인들을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인 B씨는 “나는 하루에 만원씩 소액이지만, 주위에 수천만원, 수억원씩 손해 본 이들도 있다”면서 “꼬박꼬박 들어오는 이자도 이자지만, 신권이 필요할 때마다 바로바로 갖다 주고 이것저것 잔심부름도 해주고 해서 감쪽같이 속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친절하고 성실했던 모습이 다 밑작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하현수 전북상인연합회장은 “하루하루 벌며 어렵게 살아가는 상인들 입장에서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겠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이자율의 경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신중히 판단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지방경찰청은 피해가 확대됨에 따라 전담수사팀 편성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엄승현·송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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