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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반갑지 않은 연례행사 ‘식중독’

최영민 전주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최영민 전주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6월을 기점으로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여름철 질병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한다. 대게 이때 발병하는 질병들은 조금만 주의하고 관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식약청 식품안전정보 식중독통계를 참고하여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식중독 환자의 발생비율을 살펴보면, 여름으로 분류되는 6월부터 9월 사이 식중독 환자의 비중은 전체의 62%에 달한다. 여름철에 식중독 환자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긴 것이다. 왜 유독 여름철에 식중독에 자주 노출되는 걸까.

식중독은 음식이 세균이나 기생충, 독소 등과 같은 유해 물질에 오염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식중독 균으로는 ‘장염비브리오균’, ‘살모넬라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있는데, 이 균들은 25도 이상의 상온에 방치된 음식에서 활발하게 번식한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조건이 쉽게 충족될 수 있는 여름에 발병빈도가 높은 것이다.

이 균들에 감염되면 흔히 구토, 설사, 복통이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 발열, 두통, 부정맥, 호흡곤란 같은 증상도 생길 수 있다. 식중독은 원인(감염된 균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남으로, 증상을 통하여 원인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구토가 주된 증상이라면 ‘포도알균’이나 ‘노로바이러스’, 고열이 동반되면 ‘사모넬라균’이나 ‘이질’의 감염을 고려할 수 있다.

흔히들 식중독에 걸리면 그 직전에 먹은 음식을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지식이다. 식중독 균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짧으면 1시간 길게는 3일후에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처럼 잠복기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직전에 먹은 음식이 원인이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음식을 먹고 나서 식중독 증상이 의심된다면 함께 음식을 먹은 사람의 증상을 살피고, 동일한 증상을 보인다면 식중독을 의심하여 병원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간혹 병에 걸리고 나서 약국에서 설사약을 사와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설사약을 복용하게 될 경우, 장에 있는 식중독균이나 독소가 바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내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져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복통이나 구토 같은 증상만 있을 경우에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특정 균의 경우 약에 들어있는 항생제가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에 감염되었다면 지속적으로 수분을 섭취하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으며, 술이나 커피,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설사과정에서 전해질의 손실이 발생하니 이온음료를 마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되지만 당이 너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이온음료의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으니 이 경우 물과 섞어 희석하여 마시는 것이 좋다.

처음에도 언급했다시피 식중독은 조심만 한다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음식은 냉장보관을 하고, 개봉 후에 바로 먹는 편이 좋으며 겉보기에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피서지나 야외활동 시에는 아이스박스를 활용하여 음식의 온도를 0~10도로 유지하고, 식재료들이 서로 닿지 않도록 분리하여 보관해야 한다.

식중독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충분히 익혀먹는 것이다. 특히 굴이나 조개 같은 어패류는 날 것으로 먹지 않고 완전히 조리 후 먹어야 한다. 이때 조리도구는 용도를 나누어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살균하여 2차 오염을 방지하는 편이 좋다. 만약 식중독 증상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최영민 전주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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