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 개 짖는 소리 요란하다
사는 일이 쉬운 적 있었던가
한 고개를 넘어서면
다시 버티고 서있는 산,
수시로 바윗덩이 굴러 내려와
나를 주저앉혔네
늘상 기대하고 희망하는 것들은
등 뒤를 치거나
목에 박힌 가시처럼 따끔거렸네
삶이 주는 최고의 상은
가치 없는 일에 맹목이 되는 것
성성한 가시는 온몸에 꽃처럼 푸르게 돋아나고
빛은 내가 모르는 지름길로 빠르게 지나갔네
가장 두껍고 단단한 어둠이
깃발 들고 나를 점령하고서야
비로소 광막하고 경이로운 나를 알아차렸네
귓속에 별빛 터지는 소리, 오래 욱신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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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막하고 경이로운 나를 알아차렸네”라고 “귓속에 별빛 터지는 소리”가 통증으로 들려올 때 시인은 하늘의 뜻을 안다. 화자의 온몸에 가시가 꽃처럼 돋아난다면 비로소 지천명의 주름살 계곡에서 어둠의 깃발이 보이는 슬픔에 젖는다. 가시와 산과 바윗덩이가 보일 나이는 생의 황금 시기가 아닐는지요. 미수나 백수의 내가 되면 별빛 터지는 소리, 등 뒤를 치고 달아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화려한 나이, 지천명의 화자는 꽃처럼 피어나는 가시가 생의 이정표일지도 모른다. 시와 동행하는 시인이기를 바란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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