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디자이너와 엄마 박선자, 최윤화 자수공예가와 엄마 시공례, 김지연 사진가와 엄마 최근희.
각자 이름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세 가지 이야기를 들고 만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녀’. 엄마와 딸, 딸과 엄마의 만남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각자 딸의 나이만큼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친구사이기도 하다.
7월 한달간 선보이는 전주 서학동사진관의 기획전 ‘엄마의 작업’에는 20대부터 90대까지 세대를 넘나드는 여성 6인의 삶과 작업을 담았다. 딸들은 엄마들의 작업과 그 가치를 나누기 위해 엄마의 손을 잡고 전시장으로 이끌었다.
△딸에게 배운 자수, 광목천 위 새로운 세계
익산에서 자수 공방을 하는 최윤화 작가는 일흔이 넘은 어머니의 자수가 신기하기만 하다. 자수공예가로 일하는 딸의 작업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수를 배우는 듯 하더니 어느 날부터는 자기만의 스타일로 수를 놓더라는 것. 어머니의 작품은 소탈하고 꾸밈없어 더욱 귀중하다.
엄마 시공례의 광목천 위에서는 불현듯 동백꽃이 피고 해당화가 웃음 짓는다. 이따금씩 꾀꼬리도 울다 가고, 앵무새와 공작새가 멋진 깃털을 뽐내기도 한다. 이게 다 어머니의 ‘엉뚱한 작업’ 덕분에 생긴 진귀한 경험이라고.
△딸이 도와준 토마토 농사, 접목의 기술
전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20대 김정민 씨는 매주 장수에 있는 본가에 간다. 홀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어머니의 손을 돕기 위해서다.
겸사겸사해 사진도 가르쳐드리면서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부끄럼 많은 엄마를 전시장으로 이끌어낸 것도 이 덕분이다.
김정민 디자이너는 “어쩌면 토마토 농사가 예술이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젊은 감각으로 사진을 디자인해서 엄마의 사진이 더욱 돋보이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 크다.
△딸이 응원해준 필사, ‘매일 열심히’의 힘
구순의 나이에 접어든 엄마 최근희 씨는 요즘 ‘성경 필사’에 열정을 밝히고 있다. 이 작업의 포인트는 ‘매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글씨가 눈에 띄게 늘었고, 보람도 느낀다. 벌써 두툼한 공책 12권을 갈아치웠다. 성경 필사를 꾸준히 하다보니 성경 암송도 어렵지 않게 해낸다. 최근희 씨의 열정이 담뿍 담긴 필사 노트는 전시장에서 많은 이들과 만나게 됐다.
이런 어머니를 보는 딸 김지연 사진가는 “나는 노래 가사 하나도 제대로 외지 못하는데 어머니의 열정과 기억력은 참 부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의 열정을 응원하고 있다.
세 집의 모녀가 함께한 이번 전시에 담긴 메시지는 ‘엄마’와 ‘딸’이 공유한 이야기다. 어머니와 딸이 연관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딸들은 엄마의 작업을 묵묵히 응원하며 돕고 싶다. 이번 전시가 작고 소소하고 다정한 이유다.
서학동사진관 관계자는 “무엇이든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8월 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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