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3세, 2002년 한국 유학
결혼 후 시부모 봉양 무주 정착
경험 살려 생활 속 한국어 교육
“늘 새로운 꿈을 꿉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무주지역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말과 글을 가르치고 있는 양지애 씨(44). 재일동포 3세인 그는 2002년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동경하며 서울 유학길에 올랐다. “할아버지가 한국인이시긴 했지만 표면적으로 사실 일본인이나 다름없었죠. 나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던지던 순간 혼란이 시작됐어요.”
그렇게 할아버지의 나라가 궁금해진 24세의 지애 씨는 여행 삼아 찾은 한국에 푹 빠졌다. 2002년부터 연세대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도 그 때다. “결혼해서 큰 아이 낳고 시어머님이 계신 무주로 왔어요. 그땐 모든 게 낯설고 막막했는데 두 살 배기던 딸이 벌써 열 일곱살이 됐네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무주생활. 육아와 시어머님 부양을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선관위, 농관원, 시니어클럽, 학교까지 누볐다. 그러다 다문화센터 한국어 강사 일을 계기로 2012년 사이버대학에서 한국어 교원자격증(2급)을 땄고 노인 돌봄 일을 하면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2급)도 따냈다.
이방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자신의 경험 위에서 제대로 이주여성들을 돕고 싶었다는 양지애 씨. 그 오랜 꿈을 이룬 지금 그는 무주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자칭 ‘생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는 꼭 필요한 생활 속 언어인 거죠. 연세대학교 2년간의 정규 교육과정에 있던 저에게도 생활어는 또 하나의 관문 이었어요.” 그는 자신의 경험을 정확히 기억하면서 외국어로 접근하는 읽기와 쓰기 위주가 아닌 듣기와 말하기 위주의 생활 속 한국어를 교육하고 있다.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18년간의 한국살이가 만들어낸 값진 결과물이었다. “생활 속 언어는 문법에 딱 맞추는 것도, 표준어만 쓰는 것도 아닙니다. 더구나 무주지역은 어르신들이 많기 때문에 잘 알아듣고 잘 대답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의 오늘은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을 주는 하루’이길 갈망한다. 그들을 향한 시선의 편견이 여전한 현실에서 각자의 사정과 여건, 교육수준이 모두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더 세심한 마음을 쓰게 된단다. 그것은 매뉴얼대로만 진행해오던 한국어 교육에 현실성을 불어넣게 된 이유가 됐고 ‘생존 한국어’의 탄생 배경이 됐다.
“선구자의 정신으로 함께 꾸는 새로운 꿈. 그것을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 결국 재산이 되더라고요.” 지애 씨가 요즘 또 바빠졌다. 사이버대학에서 특수메이크업 뷰티 테라피를 배우면서다. 끝없이 도전하고 이뤄내고, 계속 나아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이주여성들의 희망찬 내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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