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이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암이 26.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이야기다. 의학의 발달로 암을 제외하고 주요 사망원인이 되는 순환기계 질환이나 감염, 대사성 질환들은 치료에 많은 진전이 있어서 평균수명이 크게 증대된 것이 사실이나, 아직 정복되지 않은 암은 앞으로도 주요 사망원인이 될 것이며 이는 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자궁경부암 검진과 예방접종에 대해 건강관리협회 전북지부 산부인과 전문의 강경석 원장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조기발견 및 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자궁경부암
암의 발생빈도를 보면 남녀 통틀어 위암, 대장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의 순이다. 그중에서 여자는 유방암, 갑상선암, 대장암, 위암, 폐암의 순서로 발병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예전에 여성암의 상위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자궁경부암이 지금은 7위로 밀려나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산부인과 수련의 생활을 하던 80년대 후반만 해도 침윤성 자궁경부암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며 매주 자궁경부암에 대한 광범위 자궁적출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자궁경부암은 매년 꾸준히 발병률이 감소하여 현재는 침윤성 자궁경부암을 보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모든 질병이 그러하듯이 진행된 병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병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조기발견 조기 치료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일이며,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자궁경부암이다.
자궁경부암 발생이 현격하게 감소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존재한다. 먼저 진단 시스템이다. 자궁경부암 검진으로는 세포진검사가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에 대해서 과거에는 1등급부터 5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었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서, 1988년 서술형으로 결과를 기술하는 베데스다 시스템이 도입되어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는 2001년 개정된 베데스다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베데스다 시스템의 도입 결과 전암성 병변에 대한 인식과 진단에 현격한 증진이 있었으며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치료가 시행된 결과 현재는 진행된 자궁경부암을 보는 것이 매우 드문 일이 되었다.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이 감소된 것에 대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자궁경부암 백신의 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으로서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한 경우, 다중 성관계 상대자, 열악한 위생, 흡연, 경구피임약 복용 등이 생각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거의 확실한 발병 요인으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과거에 생각했던 위의 원인들은 결국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된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떤 질병이 있을 때 그 질병의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어 있고 그 원인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다행스런 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및 2008년부터 접종이 시작된 자궁경부암 백신이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할 것이다.
△감염에 의한 암 발생 경로
암 발생의 많은 원인 중에는 감염이 하나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암 사망의 18%가 감염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감염이 암을 발생시키는 예를 들어 보면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B형 C형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염→간경화→간암이 있고,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한 자궁경부암, 엡스타인-바 바이러스에 의한 임파종이나 비인두암이 있다. △세균(박테리아)에 의한 것으로 헬리코박터와 연관된 위암이 있고 △기생충에 의한 것으로 간디스토마에 의한 담관암, 주혈흡충증에 의한 방광암이 있다.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1910년 미국의 프란시스 라우스에 의해 처음으로 가능성이 추정되었으나 당시에는 현미경과 바이러스학이 발달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하다가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그 사실이 증명되며 프란시스 라우스는 1966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오스트렐리아의 배리 마셜과 로빈 워렌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2005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으며, 독일의 헤럴드 하우젠은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2008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파필로마바이러스족에 속하는 DNA 바이러스로서 사람만을 숙주로 하고 있는데, 170종이 넘는 아형이 존재하며 그중에서 40여종 이상이 성 접촉에 의해 전파되어 성기 주변에 질환을 일으키고 그중 15종이 암을 유발한다. 자궁경부암의 99%는 고위험 유형의 HPV에 의해 발생하며, 그중에서 70%는 16번과 18번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1983년과 1984년 헤럴드 하우젠이 자궁경부암 환자에게서 발견한 것도 16번과 18번 바이러스이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6번과 11번 바이러스는 흔히 곤지름이라고 부르는 음부 사마귀를 발생시킨다.
성생활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에 한번 이상 HPV 감염을 거치게 되는데, 연구 결과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우리나라 18~79세 여성을 조사한 결과 34.2%에서 HPV 감염 양성소견을 보였으며, 이중 18~29세가 49.9%로 감염률이 가장 높았고 중년에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HP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HPV 감염의 90%는 무증상으로 지나가고 대부분 12~24개월 이내에 자연 소멸한다. 그러나 3~10%에서는 지속형 감염으로 발전하여 수년에서 수십 년 후 암이 발생하는데, 처음 HPV가 감염되고 나서 1년 정도가 지나면 저등급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 1)이 발생하고, 1~5년 정도가 지나면 고등급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 2,3)으로 진전되며, 그로부터 10~20년 정도가 지나면 자궁경부암으로 발전한다. CIN 1에서 60%는 자연퇴행하고 1%가 암으로 진행하나, CIN 2에서는 5%, CIN 3에서는 12%가 암으로 진행한다. HPV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여성의 질이나 외음부, 남성의 성기, 항문에도 종양을 일으키고, 구강이나 인후부에서 유두종을 일으키기도 하며, 피부에서는 사마귀를 유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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