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추억을 쌓아간다. 그 추억은 때때로 기억 속에 묶여 가슴 한쪽에서 산다. 특히나 아리고 슬픈 기억은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가족 간의 추억은 살아가는 동안 아련한 형태로 남아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픔으로 남아 있기도 한다. 이처럼 오래된 기억을 소환해서 책으로 엮은 박예분 작가의 그림책 『우리 형』이 출간되었다.
<우리 형> 은 이제는 만날 수 없는 형과의 기억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장을 펼치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기 전 전형적인 우리 시골 모습이 등장한다. 하얀 눈이 내린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펼쳐진 논, 밭에는 하얀 눈으로 가득하고 기다란 싸리비에 앉아 있는 어린 동생을 형이 앞에서 끌고 가고 있다. 동네를 지키는 커다란 나무들은 빈가지만 남았지만 황량하지 않다. 그것은 형과 동생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
열두 살이나 많은 형은 아버지와 다름없다. 이불에 오줌 싼 비밀도 지켜주고 처음 본 유리구슬도 사다준다. 받아쓰기 20점을 맞았을 때도 “괜찮아, 형도 너만 할 때 그랬어.”라며 내편이 되어 위로해 주며 한글을 가르쳐 준다. 얼음이 얼면 썰매를 만들어 주고 한 번도 넘어가지 않는 왕딱지를 만들어준 형은 나에게 하늘같은 존재이다. 형이 떠난 뒤 나는 형이 그랬던 것처럼 동생을 보살핀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피난을 가기도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인민군에게 시달린다. 그러다 형의 수첩만 집으로 돌아온다.
작가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큰아버지의 비망록을 읽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귀퉁이가 닳은 수첩에는 고향 주소와 동생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무 살이 갓 넘은 청년이 삶과 죽음을 오가는 전쟁터에서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한 자 한 자 써내려갔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직도 휴전 상태로 남북관계는 요원하기만 하다. 또한 이산가족들의 슬픔은 여전하다. 전쟁이 개인의 삶과 가족들에게 어떤 형태로 다가오는지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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