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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를 위한 내 마음의 여유

정은실 사회활동가
정은실 사회활동가

지난 칼럼을 통해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단순히 만남의 시작이 아니라 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오는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므로 그의 갈피를 살필 수 있는 ‘환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환대’는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의 접촉 등. 세상에는 다양한 만남과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일에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때론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가볍게 스치는 인연에 어마어마한 일이라는 수식을 달면 더 신경 쓰고 마음을 쏟아야 하는 일이 늘어나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마치 과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느 한쪽에 부담을 지우기 위한 일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 더 편안하고 따뜻하게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거나 혹은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날 때 환하게 웃는 미소, 반가운 인사말, 적극적인 행동 등을 갖춘다면 상대방의 눈에 직접 드러나는 반기는 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들은 지속해서 일관되게 나오기는 어렵다. 모임의 자리가 길어지고, 대화가 길어지면 어느새 중심은 나에게로 향해 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말을 할까?’, ‘어떻게 이야기할까?’, ‘언제까지 하는 거지?’, ‘이거 끝나고 뭐하지?’ 등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쏠리거나 이미 이 자리에서 마음이 떠나 다음을 계획하고는 한다. 나에게도 자주 있던 일이다. 이런 자리들이 반복되는 와중에 어떻게 하면 그 만남이 가볍게 흘러가지 않고 서로에게 유의미한 자리가 되어 다시 만났을 때 반갑고 기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발견한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 환대를 잘 해주기 위해서는 우선으로 살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남의 상태가 아니라 바로 ‘나의 상태ㅡ지금 나의 마음’이었다.

첫 만남을 앞두고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새가 없다면 앞서 보인 반기는 말과 행동들은 흉내에 그치고 말 때가 많았다. 예의를 갖추려고 만들어진 흉내는 보는 사람이 제일 잘 알고 상대가 그걸 알게 되면 가까워지는 깊이가 얕아지게 된다. 그리고 여러 번 만나게 된 사람들은 얕은 깊이를 알기 때문에 딱 그 깊이 만큼의 관계가 된다. 이는 반대로 생각할 때 더 잘 보인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나나 우리보다는 자신만을 생각하고 챙기고 있다면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잘 나지 않는다. 웃으며 대하고 있지만 자기 생각을 하느라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느라 내가 말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서 같이 있는 곳에 내가 있을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면 ‘나는 왜 여기 있지?’, ‘없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기에 ‘환대’를 잘 해주기 위해서는 상대를 온전하게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하고 그 여유는 ‘내 마음의 넉넉함’으로부터 비롯된다. 자신을 챙기는데 급급하느라 상대를 살피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마음에 넉넉함이 남아 있어야 한다. 이 넉넉함은 굳이 애써 만들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있는 당연한 것이야 할텐데 요즘 주로 접하는 뉴스를 보면 ‘각박하다’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각박한 세상에서 넉넉함을 찾아 사람이 오는 일을 어마어마한 일로 삼을 수 있고, 그 어마어마한 일을 통해 환대할 수 있는 넉넉함이 다시 생겨 각박한 세상에 조금씩 윤기를 더해가길 바라며 ‘내 마음의 여유’에 대한 다음 기고를 기다린다.

/정은실 사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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