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의 의무는 헌법이 규정한 신성한 의무입니다.
반면에 세금이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부담해야하는 공공서비스의 대가이므로 세금은 내는 것이 아니라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고. 자신의 세금에 대해서는 한없이 인색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래서 대선이든 국회의원선거든 선거철만 되면 감세얘기가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것은 납세자의 이런 심리를 자극하여 표를 얻겠다는 심사겠지요.그렇지 않아도 내기 싫은 세금인데 정부가 알아서 스스로 깎아주겠다는데 이보다 고마운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그런데 집안 살림을 하는데도 매달 생활비, 교육비, 대출금이자 등 들어가는 돈은 일정한데 갑자기 월급이 줄어든다면 당장 들어가는 애들 학원비나 생활비를 줄이거나 빛을 내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의 소득은 제자리인데 씀씀이만 펑펑 늘리는 가정의 미래가 과연 어떠할까요?
국가의 예산이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출(생활비 등)과 세입(가장의 월급)은 결코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인 것입니다.감세를 무조건 좋아만 할 게 아니라 무거운 마음으로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금을 줄이면 기업은 그만큼 투자를, 개인은 소비지출을 늘림으로써 경제는 번영하고 기업과 개인은 부유해져 세율을 낮췄음에도 결과적으로 이들은 감세 전보다 국가에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게 됩니다.
미국의 레이건정부가 추구했듯이 경제가 선순환 할 때 감세는 이처럼 교과서에 쓰인 대로, 더 많은 부가가치와 더 많은 세수(稅收)를 안겨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태평성대가 아니지요.
감세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부족하다면 당장은 빚을 내서라도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외국에서 빌려오든 국채를 발행하든 한국은행에서 차입을 하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하지만 부채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상속되는 것입니다. 즉, 현 세대에서 갚지 못하면 미래세대가 갚아야 하고, 그들이 못 갚으면 그 다음세대가 갚아야 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악순환을 이어 나가는 것이 바로 부채인 것입니다.그렇기에 진정한 감세는 근시안적이 아닌 원시안적인 사고로부터 출발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감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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