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에 한발 물러서면서 곧 가시화할 것 같던 남원공공의대 설립 추진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다.
생각지 않은 암초에 부딪치자 도내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사태의 핵심인 의사정원확대 문제와 남원공공의대를 별개 사안으로 분리시켜 공공의대 문제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초 남원공공의대는 서남대학교 폐교 이후 나온 고육지책으로서 20대 국회에서는 별건으로 다뤄지던 정책이자 법안이었지만, 21대 국회에서 의사정원 확대와 맞물리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 여당과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일단중단’하겠다는 취지의 합의에 도달했다. 표면상으로는 집단진료거부에 돌입한 의사들의 복귀한다는 조건과 공공의대 강행추진을 맞바꾼 ‘합의안’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번 논의과정에서 보건복지부의 적절치 못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는 비판여론이 거센 가운데 남원공공의대를 원점에서 재론하지 말고 이미 합의됐던 원안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중론.
남원공공의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의료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남원의료원을 활용할 수 있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꼽혔다. 일부 전공의들이 문제 삼는 남원공공의대 게이트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이는 남원 서남대 폐교 이후 당정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은 남원에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부 정치권과 복지부의 해명이 논란을 키웠다.
이 때문에 전북도와 지역 정가에서는 “남원공공의대를 의사정원확대와는 전혀 별개 사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남원공공의대가 설립되더라도 원래 있던 의대정원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권역별 공공의대와도 전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와의 마찰을 빚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남원공공의대 법안을 의사정원 확대와 별개의 건으로 처리해야만 관련 법안 통과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게 전북도나 지역정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사안이 거대한 정치투쟁의 장에 몰입되면서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추진에 또 한번 제동이 걸리자 남원시는 물론 지역사회에서는 아쉬움을 넘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원시는 2018년 남원에 공공의대를 추진한다는 정부안 발표이후 전담 부서 신설이나 공공의대 부지 물색 등 이를 시정 역점사업으로 뒀다. 그런데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공의대 설립 법안 통과가 무산된데 이어 곧 매듭지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21대 국회들어 암초에 직면하자 매우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21대 국회가 문을 열고 공공의대와 관련해 정부와 의사협회의 갈등이 극에 달하다가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놓고 재논의한다고 사태를 봉합하자 남원시민들은 멘붕 상태다. 정부여당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의사들과의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는데 만족하고 있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이번 사태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고 있고 특히 공공의대 확충이라는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남원시가 발벗고 나선 것이 졸지에 정부여당과 물밑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거리로 전락하고 지역사회 이미지도 크게 실추돼 시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도 적지 않다. 아울러 남원 공공의대 게이트라는 오명까지 더해 도와 시에서 근거 없는 소문들이 확산하면서 미온적인 초반 대처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공공의대법은 한 지역에 국한돼있는 사업이 아니라 의료인력을 국가가 양성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데 목적을 둔 국가사업이나 이를 초기부터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면서 반대 진영이 남원시에 대해 도를 넘는 공격을 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의대 남원 설립은 비밀스럽게 추진된 현안이 아닌 당과 정부가 협의를 거쳐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하기로 이미 결정됐던 사안”이라며“법안 통과만 남겨놓고 본질이 흐려졌는데 향후 별도의 사안으로 현안을 처리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윤정 기자·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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