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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공무원들, 철저하게 변해야 한다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며칠 전 필자는 평소 친분이 있는 자영업자 몇 분을 같은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자연스럽게 요즘의 코로나사태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도대체 손님들이 오지 않아 매일 한숨만 나와요. 이 근처 자영업자들은 이미 절반이상 문을 닫았습니다. 교수님, 뭐니뭐니해도 직업 중에서 공무원이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공무원들은 코로나고 뭐고 상관없이, 능력이 있건 없건, 월급과 보너스를 꼬박꼬박 받지 않아요?”

그들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언성을 들으면서 필자는 요즘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계기로 하여 공무원 특히 지방공무원들의 의식과 근무태도가 정말 혁명적으로 바꾸어져야 사회적 위화감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살맛나는 지역사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깊이 하게 되었다.

필자는 현직교수 시절에 중앙 부처들이나 정부투자기관 근무자들의 경우 과거와는 놀라울 정도로 변화했다는 것을 많이 목격한 바 있다. 주무관부터 서기관들까지 거의 매일 밤 10시 이후에 퇴근하며 사명감을 불태우는 모습과 열정을 지켜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운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다면 현재 지방공무원들도 모두 그에 못지않게 지역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가? 필자가 보기엔 그렇지 못하다. 물론 정말 훌륭한 분들도 많다. 그러나 필자는 상당수 지방공무원들이 아직도 공무원으로서 의식과 사명감이 결여된 채 무사안일주의와 관료주의에 깊숙이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젊은 공무원들은 나이 많은 공무원들에 비해 주민들과 소통력도 있고 서비스정신이 살아 있는 편이다. 한편 기관별로 보면 도내에서 최상급기관인 도청직원들 중 일부는 일선기관보다 훨씬 관료주의적이고 소통능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정치경제학에서 말하듯이 자신의 승진과 소속부서가 예산배정을 많이 받아 집행과정에서 권력을 행사하는데 관심이 쏠려 있다. 반면 시?군과 같은 기초단체로 갈수록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다. 혹자는 이들 중에 관할지역의 발전을 위해 창의력 발휘는커녕 얼마 안 되는 적은 일을 가지고 하루 종일 시간을 끌다가 퇴근하는 공무원들이 많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런 공무원들이 만약 민간 기업에서 근무한다면 단 몇 개월이라도 버틸 수 있겠는가? 물론 각 시의 주민센터에서 민원서류 발급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은 화장실에 가기에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쁘다. 그런가하면 시골지역 면사무소는 심지어 절간 같은 곳도 많다. 도대체 활력이 없다.

어느 행정단위조직에서든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 공무원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루 단 한 시간만이라도 관할지역내 현장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아우성을 치기 전에 현장에 나가 적극 소통하고 문제의 해답을 찾아야 참된 공직자의 자세가 아닌가? 공무원이라는 것이 본래 공복(public servant)이고 더구나 다른 직종과는 달리 60세까지 철밥통을 찬 신분임을 생각할 때 공무원들, 특히 지방공무원들은 지역발전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탓만 할게 아니다. 만일 지금처럼 지방공무원조직이 비능률, 관료주의, 무사안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공무원들에게도 성과급제도의 대폭 강화, 정년보장제가 아닌 계약제로의 전환이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명실 공히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윤충원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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