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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 필사본 발견

전라감영 선화당 그간 주련문 찾지 못해
재창조위원회 전주상징 글자 주련 새롭게 제작 합의
하지만 전주출신 채경묵 필사한 책 풍패집록서 선화당 주련문 발견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일부).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일부).

“세상을 구할 재주로 백성들을 높이 여겨라, 황금을 하찮은 풀로 보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전라감영 선화당 주련문(柱聯文)이 발견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련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두는 것을 말한다. 건물의 격을 높이는 장식물로 경계와 교훈, 건물 자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경치 좋은 곳에 세운 누사나 여타의 다락집, 불교의 법당 등에도 건다.

하지만 선화당은 재창조 과정에서 주련문을 찾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에 전라감영재창조위원회는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글씨를 찾아 자체적으로 주련을 새롭게 만들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선화당 주련문이 새롭게 발견되며 선화당이 전통의 모습을 완벽히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조선말의 전주를 기록한 필사본 책속에 ‘선화당 주련’이라는 제목의 글귀를 찾는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발견한 책은 <풍패집록> 으로 전주출신 채경묵이 필사한 책이다. 필사시기는 19세기 말로 추정된다. 채경묵이 필사한 풍패집록에는 선화당 주련을 짓고 쓴 인물이 전라감사 이돈상(李敦相)이라고 하고 있다.

이돈상은 1876년(고종13년)에 전라감사에 부임해 1878년까지 2년 여를 재임했다. 이전에 전주판관도 지내 그 선정비가 복원된 전라감영 경내에 있다. 1868년 전라도우도암행어사로서 만마동에 진을 설치하도록 건의하기도 했다.

이돈상은 증광시 문과에 갑과 2등으로 급제한 엘리트로 이조참판, 대사헌, 대사간, 공조판서, 한성판윤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글을 잘 짓고, 글씨를 잘 썼던 인물로 1866년 경복궁을 재건할 때 근정문 현판을 썼다.

과거 1884년 미국 임시 대리공사인 조지 클레이튼 포크가 촬영한 선화당 사진을 보면 건물 기둥 안팎으로 주련이 걸려 있다. 풍패집록에 적혀있는 선화당 주련 문구는 전라감사로서의 책무를 담은 것으로 ‘有經綸濟世才席尊蒼生(유경륜제세재석존창생)’,‘以耿介拔俗姿芥視黃金(이경개발속자개시황금)’ 등이 있다. “세상을 구할 재주로 백성들을 높이 여기고, 바르고 강직함으로 황금을 하찮은 풀처럼 여기라”는 의미다.

조선왕조의 발상지로서 전주의 위상을 담은 문구도 있다. ‘山近豊沛盡是龍鳳之勢(산근풍패진시용봉지세)’, ‘門列棨戟時有雁鵝之行(문열계극시유안아지행)’은 “산의 형세가 풍패(왕조의 발상지)다워 용과 봉황의 형세를 하고 있으며, 집들이 창처럼 줄지어 있어서 기러기와 거위 행렬 같다”는 것이다.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앞으로 복원을 해 나가려면 고증을 통한 원형확보가 중요한데 이제 주련문을 찾음으로써 선화당이 옛 모습을 온전하게 갖추게 되고 격이 더 높아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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