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숲길에서 사색을 즐긴다면 멋스러운 그림이 그려질 것 같다. 인간들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이성과 감정이 심한 충돌을 일으켜 불협화음을 낸다. 그러한 순간들을 조절할 줄 알며, 속으로는 상대를 탓하면서도 나를 위해 감정을 억누를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인격자로 변신하는데 어쩌면 철저한 위선자일지도 모른다. 절제는 멀리 던져버리고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철저한 이중성으로 살아간다면 심한 질타를 받아야겠지.
인생의 계단을 나눠보면 20대는 욕망을 그려가는 시기, 30대는 자기를 만들어 가는데 충실하고, 40대는 이상과 목적을 완성하는데 바쁘고, 50대는 삶을 관조하는 시야를 넓혀가면서 익어가고, 60대에 들어서면 삶에 적신호가 서서히 찾아든다. 21세기의 70세 이후는 노후를 즐겨가면서 베푸는 즐거움을 찾아나서야 한다.
평범함을 이토록 갈구하던 때가 이전에도 있었던가? 자기만족의 일상이 그리운 시절 예기치 못한 재앙으로 기존의 사회질서가 모두 부정되는 현실에서 새롭게 정의되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시대를 맞게 되었다. 어차피 익숙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나와 당신 모두가 행복감을 주는 새로운 패턴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만큼의 돈을 가지면 행복할까. 10억, 아니 100억? 욕심은 끝이 없겠다. 잠깐이라도 행복해 보자. 현금 1조원을 실제 만져본 사람이 있을까? 조폐공사에 근무하는 사람조차도 현금 1조원을 만져보기는커녕 본 사람이 없다는데, 1조원의 두께를 계산해본다. 5만 원 권 새 지폐 한 묶음이 500만 원으로 대략 1cm정도다. 1000만 원이면 2cm, 1억 원이면 20cm 100억 원이면 20m 1000억 원이면 200m 1조원은 2000m나 된다. 한라산의 높이가 1950m이다. 그러니 한라산 높이만큼이나 된다. 1조원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2억 원 정도 아파트 5000채의 값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가져보고 싶다는 꿈을 꿔 볼 수 있는 허상이다. 인간은 이렇게 부풀은 자기감정을 이겨내지 못하다가 한발자국만 삐끗하면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간다.
빅토르 위고는 인생을 그린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라는 한 인간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선한 자아(自我)와 악한 자아의 내적갈등에서 마침내 선이 악을 이겨내는 용감한 정신적 승리를 생생하게 그려내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삶은 전쟁터다. 그는 인생에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고 했는데, 자연과 인간의 싸움, 인간과 인간의 싸움, 끝으로 자기와의 싸움을 해가며 살아간다. 자기와의 싸움은 선과 악, 너그러운 나와 옹졸한 나, 용감한 나와 비겁한 나, 부지런한 나와 게으른 나, 이런 두 가지의 자아가 대립되면서 우리들 마음속에서 항상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바로 고뇌와 비극의 원천이다. 인간에게서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겨내는 것이다.
인간은 목적을 향한 보람된 삶을 이어가기 위해 배우고 땀 흘리는 일을 하면서 자기라는 인간을 살찌워 가는데, 그 깊이와 높이를 쌓아 올려 자기라는 개체가 최선으로 할 수 있는 삶의 두께를 일궈가는 선과 악의 그네 위에서 살고 있다. /김형중 군산대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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