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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은 시민운동의 효시이다

이경한 (전주교대 교수)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이경한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시민의 성숙한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하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 시민의 이름으로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시민사회를 이 땅에 건설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시민이 자율과 연대의 힘으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만들어간다. 그렇지만 시민사회의 건설이 녹녹치만은 않아서, 우리의 역사는 시민이 주인이 되기 위한 몸부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사회를 지향하기 위하여 시민사회의 핵심 역량인 자율, 연대, 그리고 참여를 통한 시민운동을 실천해오고 있다. 우리의 시민운동은 근대사회로 진입하려는 시기부터 일어났다. 조선말기 외세로 인한 국운쇠퇴와 극단적인 착취로 민심이 흉흉하던 시기에, 조선의 민중은 스스로 떨쳐 일어났다. 그 떨쳐 일어남의 시작이 동학농민혁명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민중들이 지배 권력과 외세에 당당히 맞섬으로 시작하였다. 수많은 민중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세상을 바꾸어보려 하였다. 조선팔도의 민중들이 함께 들불같이 일어나 온몸으로 사람이 곧 하늘임을 천명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고자 일어섰다.

동학농민혁명은 시민사회의 핵심 역량인 자율과 연대와 참여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민중들은 스스로 일어나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죽창을 들었고,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의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흰옷 입고 함께 연대하여 혁명의 대열로 나섰다. 그리고 민중들은 기꺼이 전라북도 고창 땅에서부터 정읍의 황토현을 넘어 파죽지세로 전주성을 점령하고 충청남도 공주의 우금치에 이르기까지 죽음을 마다 않고 혁명의 노정에 참여하였다. 동학농민혁명의 민중들은 우리나라에서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분연히 떨쳐 일어났다.

동학농민혁명군은 혁명의 정신을 자치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집강소를 설치하였다. 집강소 자체는 지배이데올로기의 강령을 집행하던 봉건제도의 산물이지만, 동학농민혁명군은 이를 전라도 각 고을에서 주민의 자치기구로 운영하였다. 혁명군들은 집강소를 자치 행정기관으로 만들어 민중의 힘으로 지역사회에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생활 질서를 만들어나갔다. 집강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이자 행동하는 저항으로 공생의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집강소를 통한 자치 경험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씨앗이 되었고, 봉건사회를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의 변혁을 실현하도록 이끌어주었다.

동학농민혁명은 시민사회의 원초적인 원형질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떨쳐 일어나서 함께 어깨를 맞대고 지배 권력의 폭압과 폭정을 제거하고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찾아나서 이를 몸소 실행한 동학농민혁명에는 시민사회가 지향하는 원형질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시민교육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을 시민운동의 효시로 보고 있다. 지금 시민교육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이 우리에게 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등, 인간존중 그리고 자치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우리는 동학농민혁명이 낳은 혁명의 가치로 온 세계를 시민이 주인 되는 사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전라도 땅에서 시작한 동학농민혁명은 오늘날 시민사회에서 시민이 마땅히 지녀야 할 역량을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동학농민혁명은 시민으로서 길을 묻는 우리에게 이미 오래 전부터 그 길을 안내해주고 있다. /이경한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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