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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유물 쏟아져나왔는데…” 정읍 구절초 지방정원 조성 사업 논란

정읍시, 국시비 60억 투입 구절초지방정원 공사 중 발견된 구석기터
정읍서 최초, 후기 구석기에서 신석기 넘어가는 한반도 2번째 유적지 가능성 높아
추가 공사 진행 난항 학계 “추가발굴해야”vs 정읍시 “잔디 등 공원조성으로 훼손없이 보존”

정읍시가 산내면 구절초지방공원을 공사하면서 후기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시대 유물이 대량 출토돼 추가발굴과 보존해야한다는 학계와 잔디 등 공원조성으로 훼손이 없을 것이라는 정읍시가 맞서면서 16일 공사가 중단돼 있다. /오세림 기자
정읍시가 산내면 구절초지방공원을 공사하면서 후기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시대 유물이 대량 출토돼 추가발굴과 보존해야한다는 학계와 잔디 등 공원조성으로 훼손이 없을 것이라는 정읍시가 맞서면서 16일 공사가 중단돼 있다. /오세림 기자

정읍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지방정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업 부지에 묻혀 있던 구석기 시대 유물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하지만 정읍시는 ‘추가 발굴은 없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구절초 지방정원 공사 중 발견

정읍시는 산내면 구절초 테마공원(면적 41만5000㎡) 일원(약 30만㎡)에 국비ㆍ시비 60억원을 들여 ‘구절초 지방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착공해 내년 말 완공이 목표였지만 지난해 매장 문화재 시굴(시험적으로 파 보는 일) 및 지표 조사에서 각각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와 구석기 유물 70여 점이 발견됐다.

 

△정밀조사결과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지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정읍시 의뢰를 받아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정밀 발굴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구석기 유적 1000여 점이 발굴됐다. 대형 석재와 좀돌날(잔석기를 만들기 위해 몸돌에서 떼어낸 아주 작은 돌 조각), 돌도끼, 망칫돌, 갈돌 등이다. 긁개와 밀개 등 성형석기도 출토됐다. 특히 석기 제작에 쓰인 망칫돌과 화덕 흔적이 발견되며 학계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그간 정읍에서 단 한번도 보이지 않던 구석기 시대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에 귀추가 쏠린다. 발견된 흔적을 분석해보면 해당 지역은 석기제작소로 추정된다. 구석기인들의 임시 공간이 아닌 거주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또 약 8000년 전 후기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한반도에서 후기 구석기에서 신석기 시대로 변화되는 시기의 유적은 제주도 고산리 유적이 유일하다.

도내의 한 고고학 교수는 “탄소연대측정이 나와야 정확하겠지만 여럿 흔적을 봤을 때 추측이 맞다면 구석기에서 신석기 시대로 넘어가는 흔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존해야한다는 학계, 난감한 정읍시

문화재청으로 올린 발굴보고서에 각계 전문가들은 “유적의 역사적 가치가 높고 매우 중요하다”며 “자치단체와 협의해 추가 발굴하고 보존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적었다.

김재영 정읍역사문화연구소 이사장은 “정읍에서 처음나온 구석기 유적지는 매우 상징적”이라며 “공사계획을 당장 중단하고 인근의 부지에서도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서둘러 발굴에 들어가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읍시는 수만 년 전 유물을 발굴ㆍ보존하려다 완공을 눈앞에 둔 사업이 자칫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정읍시는 결국 추가 조사는 하지 않고 유물이 발굴된 장소를 잔디 등으로 덮어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읍시 관계자는 “(가을에 피는) 구절초만 가지고는 관광객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어 사람들이 1년 내내 와서 쉬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채우는 지방정원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면서 “현재 문화재청의 지시가 나와봐야 알지만 우리가 훼손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잔디 등을 통해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유적지 훼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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