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인데도, 지방끼리 뭉쳐야 산다며 행정통합에 박차를 가하는가 하면 수도권인 경기도는 분도(分道)를 서두르고 있다.
지방은 지금 아사(餓死) 상태다.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이 인재와 돈과 정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바람에 빈껍데기만 남았다. 소멸 위기에 처한 시군이 절반이 넘으면서 스스로 행정통합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이 일찌감치 인구 800만 명 연합형태의 동남권 메가시티를 선언했고, 대구 경북이 주민투표를 거쳐 2022년 7월까지 인구 510만 명의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어 광주와 전남이 11월2일 행정통합에 합의했다. 대전시와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공화국 일극체제에 맞서 지방을 한데 묶어 대항하는 남부연방을 꾸리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반면 인구 1324만 명의 경기도는 분도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이 심해 한강을 기준으로 남도와 북도로 나누자는 것이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당장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전북은? 전북은 이런 엄청난 소용돌이가 몰아치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러한 때 전북일보가 창간 70주년 기념으로 ‘전북발전을 위한 도민 대토론회’를 가졌다. 11월 11일 열린 이 자리에서는 침체된 전북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으나 벌거벗은 현주소가 드러났다. 그중 몇 가지만 보면 제1세션에서 전북은 패배주의 팽배, 한국판 뉴딜예산의 0.5% 배정, 지방대학의 인프라 열악, 지지부진한 전주·완주 통합, 경쟁이 사라진 일당 독점정치체제, 전북도지사와 전주시장의 고질적인 불화, Top 100 건설업체의 부재 등이 제기되었다.
제2세션 ‘새만금의 미래와 전북’에서는 부분 해수유통 방안, 재생에너지 메카 지향, 신항만의 확장과 물동량 문제, 새로 수립되는 MP에 수소, RE100, 신산업 등을 담는 문제 등이 진지하게 논의되었다. 또 그동안 대(對) 중국 전진기지로서 중요성이 강조되었으나 짝사랑만 한 것이 아닌지와 새만금 행정구역을 둘러싸고 자치단체가 벌이고 있는 땅따먹기 소송전도 언급되었다. 더불어 눈여겨 볼 대목은 1억2000만평의 새만금지역을 단일한 특별행정구역으로 할지, 군산 김제 부안과 묶어 전북도 관할로 할지 등도 거론되었다. 특별행정구역으로 할 경우 전북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화두였다. 새만금에 기업이 들어오고 정주여건이 갖춰지면 세종시 처럼 주변지역 인구가 빨려 들어가 전북이 오히려 공동화되는 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 이외에도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공의대 등 전북의 현안은 쌓여 있다. 생활권이 같은 다른 자치단체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미래 발전을 설계하는데 전북은 자칫 외로운 섬으로 남게 될 처지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이제라고 전북의 리더들이 머리를 맞댔으면 하는 생각이다. 가난한 집안에 분란이 잦다고 전북은 지금 국회의원들이 역대 가장 약체인데다 자치단체장들도 찢어져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도지사를 비롯해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대학총장, 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을 이끄는 사람들이 분기별로 모여 전북의 현안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그래야 자강(自彊)이든, 통합이든 대안 모색을 통해 출구가 보일 것 아닌가. / 조상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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