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과 유기산이 풍부해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포도.
포도 수확철인 매년 7~9월이면 안성의 지천에는 탱글탱글한 포도가 먹음직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장관을 이룬다.
경기도 안성시는 예부터 전국에서 우수한 품질에 맛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포도 명산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특히 안성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포도가 재배된 곳으로 안성 포도의 역사는 120년 대한민국 포도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안성시와 포도 농가들은 ‘안성포도’의 명성을 이어 나가기 위해 포도박물관을 건립하고 매년 안성포도축제를 개최함은 물론 재배농가의 판로개척과 품질 계량을 위한 각종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 대한민국 포도 최초 재배지 안성
안성시는 우리나라 최초의 포도 재배지다. 최초 전래자는 프랑스 국적의 ‘앙투안 공베르(R. Antoie A.Gombert·한국명 공안국)’ 신부로 지난 1901년 안성 천주교 초대 신부로 부임하면서 성당 앞뜰에 머스캣 포도나무 묘목 20여 그루를 심은 것이 대한민국 포도 역사의 시초다.
공베르 신부는 동생인 줄리앙 공베르 신부와 함께 국내에서 50여년 동안 선교활동을 벌이다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두 형제 모두 납북돼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안성시는 안성지역에 최초로 포도를 전래해준 공베르 신부의 공로를 높이 사 지난 2011년 ‘안성시를 빛낸 4인’으로 선정해 내혜홀광장에 실물 130% 크기의 청동재질 흉상을 설치했다. 공베르 신부가 안성에 포도를 전래한 이후 재배와 수확 방법 등을 습득한 안성 주민들은 꾸준히 재배면적을 늘린 결과, 한때 700㏊에서 1만여㎏에 달하는 포도를 생산해 수도권 지역 최대 생산지로 각광을 받았다.
현재 안성지역 포도농가들은 각국과의 FTA 체결 등의 영향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포도들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면적과 생산량보다 품종과 품질을 개량한 포도를 생산하는데 주력해 2018년 기준 484㏊에 4천851㎏의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안성지역에서 주력으로 생산되는 포도는 ‘씨 없는 거봉’이지만 차별화된 기술로 흑색과 청색, 적색 등 삼색포도도 생산하고 있다. 안성포도는 지난 2008년부터 국내를 넘어 싱가포르와 베트남 등 동남아에 수출돼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 안성 5대 농특산물 중 하나인 ‘안성포도’
안성포도는 쌀과 배, 한우, 인삼과 더불어 안성시 5대 농특산물로 지정돼 있다.
안성포도는 포도 고유의 색깔이 선명하고 껍질이 얇아 당도가 높고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으로 소비자들에게 정평이 나 있다.
이는 안성 포도 재배지역이 차령산맥 줄기인 서운산을 배경으로 알맞은 강수량과 밤낮의 일교차가 크며 양질의 토양에서 재배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정성을 다한 개별 포장으로 포도의 손상을 막아주고 철저한 당도 측정으로 고품격 품질로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온 점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포도나무의 철저한 수세관리를 위해 착색제와 환상박피를 엄격히 제한하는 한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저농약 재배 인증을 받은 비가림재배 포도를 공동선별 출하해 안정도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최적의 자연환경 속에서 재배한 포도를 수확과 배송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품질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보다 명품임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120년이 넘게 대대손손 안성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해 온 포도농가들로 구성된 ‘포도연구회’는 1년에 10회 이상 한자리에 모여 포도 재배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해 더 나은 품질의 우수한 포도 생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포도농가들은 “우리는 매번 회의 때마다 기존의 품종에 대한 품질을 향상을 위해 대대로 내려온 재배기술 비법에 현대 과학이 가미된 신기술을 접목시키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 나가고 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안성포도가 특별하고 명품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안성포도축제와 안성포도박물관
안성시는 안성포도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알리고 지역 농가들의 판로 개척 등을 위해 포도 수확철 중 가장 맛이 좋다는 매년 9월에 안성시 서운면 일원에서 ‘안성포도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축제 개최지인 서운면은 안성지역 포도 1년 생산량 중 65% 이상을 이곳에서 재배하기에 명품 포도를 생산하는 메카 중의 메카로 손꼽힌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에는 포도재배면적이 700㏊를 넘어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포도밭인 적도 있었다.
안성포도축제에서는 매년 전야제를 시작으로 포도시식과 시음, 포도 와인 만들기 체험, 포도품종 전시, 포도 빨리먹기 대회 등 포도를 주제로 한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돼 수도권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수 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룬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해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포도판매와 판촉행사를 축소해 열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축제답게 수많은 관광객들이 차량을 이용해 안성포도를 구매해 사전에 준비한 포도들이 축제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동이나는 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포도축제위원회가 최근 개최한 자체평가회에서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진행된 축제에는 3천500여대의 차량이 방문해 포도 1만200박스가 판매돼 2억6천52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안성에는 이런 안성포도의 역사를 한곳에 집대성한 국내 최초 포도박물관인 샤토안이 있다.
지난 2010년에 개관한 박물관 샤토안은 내부에는 수장고와 전시실을 비롯 와인시음장, 와인판매장, 레스토랑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외부에는 캠핑장과 각종 체험행사를 할 수 있는 포도밭이 있다. 이 곳에서는 포도를 매개체로 한 와인과 포도즙, 포도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안성에서 재배된 거봉으로 만든 꼼베 와인은 이 곳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 중 소비자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제품이다. 꼼베는 포도를 대한민국 안성에 전래해준 꽁베르 신부와 축제를 일컫는 페스티벌을 합쳐 만든 상표 이름이다.
하지만 현재 포도박물관은 운영상의 문제로 잠시 휴관 중이다. /경인일보 민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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