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뜨겁게 전통문화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동영상으로 조선의 아이돌 이날치를 표방하며 부른 ‘범 내려온다’란 노래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상은 벌써 3억 뷰를 훨씬 넘어 세계인들이 함께 느끼고 즐기는 콘텐츠가 되었다. 전통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필자로서는 참으로 반갑고 멋진 일이다.
자, 그러면 이날치는 누구일까? 사람 이름인가? 우스갯말로 생선 이름인가? 사뭇 전통예술의 이해가 없으면 그냥 지나칠 명사이다. 이날치는 조선 후기 이름을 날리던 8명의 명창 중 한 분의 예명이다. 이날치(본명 경숙敬淑) 명창은 옛 전통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한 분야의 명인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젊어서 줄을 탔는데 줄타기를 할 때 날치처럼 잘 탄다 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판소리 북을 치는 고수로 활동하다가 소리에 뜻을 두고 당대 서편제의 명창 박유전과 정창업의 제자로 들어가 계보를 잇게 된다. 이날치의 목소리는 성량이 커 그의 소리가 10리밖에서도 들렸으며 나오는 수리성(쉰 듯한 목소리)도 기교가 넘쳐 많은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고 전한다. 또한 박유전에게 배운 새타령을 부를 때면 새들이 소리를 듣고 날아와 앉을 정도였다 하니 그의 판소리는 과연 자연의 소리였나보다.
이날치 명창은 1870년대 고종 황제의 친아버지인 흥선대원군 앞에서도 소리를 하게 된다. 당시 대원군의 친형 이최응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했는데 지인이 이날치가 명창으로 능히 사람을 울리고 웃긴다는 말을 듣고 “대장부가 어찌 광대의 재주에 울고 웃나”라며 그를 불러 자신을 울리고 웃기면 천금을 주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다 한다. 이날치는 주저 없이 자신의 장기인 심청가 중 ‘심청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리는 대목’을 불렀고 이최응은 감동하여 눈물 흘리고 이날치 명창에게 큰돈을 하사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오늘날 이날치 명창의 소리 멋을 이날치라는 이름의 밴드가 맛깔스러운 얼터너티브 (Alternative 비슷한 것 같지만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소리로 탈바꿈시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앰비규어스라는 댄스컴퍼니와 협업하며 판소리의 발림을 외국인까지도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촌스럽지만 흥겨운 춤사위로 만들었다. 그들은 몇 년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무심코 지나칠 B급 감성을 시대의 주류인 A급 한류로 재탄생시키며 세계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 전통예술의 귀한 명창 “이날치” 이름을 높이면서 말이다.
현재, 이날치 명창의 정통 소리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이시며 필자에게 처음으로 국악을 알려주셨던 이날치의 손녀 이일주 명창이 전주에서 대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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