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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 소라여, 소라여! <흐느끼는 목마> 타고 이 추운날 어디로 가시나이까

허소라 시인을 추모하며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

▲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
▲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

한 잎 낙엽이 지듯

12월을 밀며 떠나가는

이 땅의 시인 소라여!

 

꽃도 보고 임도 보고 더 살다가 간다면

누가 뭐라 하십니까

그런데도 꼭 가야하는 그 길이

뭐하는 길이기에

도대체 다 뿌리치고 표표히 가시나이까

 

우리가 더 푸르게 살던 어느 날

당신은 <이 풍진 세상> 이라는

시집 한 권을 짊어지고 나타나셨습니다

 

“지난 폭설에도, 산불에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

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

떠밀려 가는데

비로소 그 큰 눈을 감는데

발을 구르는 자 하나 없더라

증언자는 더더욱 없더라“라는 구절을 서로서로

소주 찍어 읊으면서

 

우리는 바람에 날리는

티끌 같은 세상을 슬퍼했습니다

 

소라여!

당신은 이 시대의 굴곡진 아픔에 눈물짓는

참으로 순정한 시인이었습니다

겨울 한 밤중

설한풍에 등껍질 벗겨지는 통한도

눈물 한 방울로 웃으며 돌아서는

참으로 다수운 시인이었습니다

 

“우리가 굳이 떠밀리지 않아도

겨울이 떠나고

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

봄은 저렇게 절룩거리며 오는데

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데

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팔짱 낀 구경꾼은 없더라“고

당신은 <이 풍진 세상> 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 그렇게 한숨지었습니다

 

대학 강단에서 이 나라 동량들을

무쇠처럼 키웠고

전북문인들 앞에 큰 깃발 들고

앞장서서 휘날렸고

석정문학관의 주춧돌을 다듬기까지

온갖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 아름다운 영혼을

이 땅은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이제 그 먼 나라에 가시면

그렇게도 그립던 석정님도 뵈옵고

목마 타고 흐느끼는 어여쁜 밀어들도

더 고운 이야기로 꽃을 피우시겠지요

그리고 더 넓고 크신

당신의 믿음, 절대자의 품에 안겨

빛나는 큰 재목으로 영생을 누리시겠지요

 

남아 있는 우리들

머나먼 길 잘 가시라고

손을 흔듭니다

 

부디

소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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