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에서는 아파트 매매계약이 체결되었고, 좀 있으면 잔금인데, 매수인이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의뢰인은 등기부에 기재되지 않은 매수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도 좋은 것인지 물어왔다.
사실 필자가 월세 집을 구할 때 위의 경우였다. 집안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아내는 소유자 아닌 매수인과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게 맞냐고 물어봤다. 필자는 중개사가 별문제 없다고 하니까, 별문제 없겠지 라고 했고, 필자의 답변에 네가 변호사냐며 불호령이 떨어졌다. 급하게 답을 찾아봤다.
위 경우 매매계약이 원활히 진행되어 매수인이 소유권을 이전받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는 매수인이 소유권을 가지지 못한 경우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임차인이 매수인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소유자(매도인)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고, 집에 대한 우선변제권도 없다.
쉬운 만큼 실효적이지 않은 답이다. 임대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다. 대항력이 있어야 계약 기간 내 쫓겨나지 않고, 우선변제권이 있어야 집을 담보로 전세금을 지킬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의 핵심은 매수인과 계약해도 임대차보호법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적용되느냐이다.
판례는 비교적 명확하다. ‘적법한 임대 권한’이 있는 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면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매매계약 해제) 소유자인 매도인에게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법한 임대권한이란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거나, 매도인으로부터 임대권한을 부여받은 경우이다. 임차인이 적법한 임대권한을 확인하는 방법은 매수인에게 임대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매도인의 확인서 또는 녹취, 매매계약서상 기재된 문구 등이다. 요즘 같은 임대인 우위 시장에서 이러한 확인이 어려울 수 있으나, 향후 분쟁을 대비해 안전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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