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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명물] 전남 고흥 유자

향긋한 유자향 집안 가득 채워 볼까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에 면역력이 간절한 시기, 온갖 태풍과 장마를 이겨낸 ‘겨울 비타민’ 유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전국 유자 생산량의 66%를 차지하는 고흥은 유자를 키우기에 탁월한 여건을 갖춰 ‘유자골’이라 불린다.

밖에 나가기 쉽지 않은 연말에 향긋한 유자향으로 집안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 모든 음식에 ‘찰떡’ 어디까지 먹어 봤니

귤의 3배에 달하는 비타민C를 지닌 유자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겨울 비타민’ 역할을 하고 있다.
귤의 3배에 달하는 비타민C를 지닌 유자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겨울 비타민’ 역할을 하고 있다.

유자에 함유된 비타민C는 귤의 3배에 이른다. 찬바람 부는 날이면 진한 유자차 한 잔 마시며 에너지를 보충하게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유자는 식이섬유와 구연산도 풍부해 감기 예방, 피로회복, 피부미용, 동맥경화 예방, 소화액 분비촉진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자에 들어간 헤스페레딘 성분은 모세혈관을 보호하고 뇌혈관 장애와 중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선시대 의서 ‘동의보감’은 ‘그 맛이 달고 무독한 과일로써 뼈 중의 나쁜 기운을 제거해주어 주독을 풀며, 음주인의 입냄새를 제거한다’고 유자 효능을 적었다. 중국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이 지은 연구서 ‘본초강목’은 ‘유자를 먹으면 답답한 기운이 가시고 정신이 맑아지며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기록했다.

고흥은 일교차가 크지 않고 눈이 쌓이는 날이 연평균 6~7일에 불과해 유자가 자라기에 딱 좋은 아열대 기후 지대이다.

고흥의 명산 팔영산과 마복산, 적대봉, 천등산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뻗어있어 냉해 피해를 막아준다.

고흥 유자의 당도를 올리는 일등공신은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이다. 고흥지역 연간 일조시간은 2715시간에 달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광합성 작용이 풍부해 새콤달콤하고 샛노란 유자를 생산할 수 있다.

고흥은 최저기온이 영하 7도를 기록하는 날이 일 년에 한 번꼴일 정도로 따뜻하다. 고흥 유자는 향이 뚜렷하고 과즙이 많아 다른 산지보다 시세가 높다.

유자는 신맛이 강해 떠올리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날것으로 먹기보다는 가공해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건 설탕과 유자를 1대 1로 배합해 담근 유자청이다. 유자청 외에도 유자엑기스, 유자즙, 유자분말, 유자막걸리, 유자크런치, 유자빵, 유자떡, 유자향주 등 여러 상품으로 가공된다. 고흥에 위치한 31개 유자 전문 식품가공업체가 유자의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흥 녹동항 장어거리에서는 유자청과 장어의 기막힌 궁합을 만날 수 있다. 붕장어 구이를 먹을 때 상추쌈에 유자청을 함께 넣어먹는 방식인데, 유자의 상큼함으로 장어의 느끼함을 줄여준다.

지난 2013~2015년에는 고흥 7개 업체가 유자 관련 식품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슬람교도를 위한 ‘할랄’(halal) 식품 인증을 받아 전 세계로의 출격 준비를 마쳤다.

 

◇ 브랜드 단 유자… 한 해 2000만 달러 수출

고흥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주산지다. 매년 가을이면 고흥 곳곳에서는 진노랑의 유자가 황금물결을 이룬다.
고흥은 전국 유자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주산지다. 매년 가을이면 고흥 곳곳에서는 진노랑의 유자가 황금물결을 이룬다.

고흥은 전국 최고의 유자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자랑한다.

지난해 고흥에서는 1469농가가 527㏊ 규모 유자 농사를 지어 34억6800만원 상당의 소득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고흥 유자 생산량은 3355t으로, 전국(5067t)의 66.2%를 차지해 역대 최대 비중을 나타냈다. 고흥 유자 생산량의 전국 대비 비중은 42.7%(2017년)→47.3%(2018년)→66.2%(2019년)로 매년 늘고 있다.

유자 주 재배지인 고흥 풍양면에는 ‘유자공원’이 있다. 제주에 온통 귤밭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도로변 밭과 야산이 모두 유자나무 밭인 탓에 유자공원이라 이름 붙였다. 전망대와 산책로, 탐방로, 약수터, 쉼터 등이 갖춰져 있어 유자향이 가득한 고흥의 힐링장소로 꼽힌다.

고흥 유자의 ‘황금물결’은 해외에서 더 빛을 발한다. 지난해부터 고흥군은 독자 브랜드 ‘유자(Yuza)’를 달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고흥은 지난해 6726t에 달하는 유자를 해외로 보내며 유자 품목 수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1909만달러(212억원)에 달했다.

한성푸드, 두원농협, 에덴식품, 참살이영농조합법인, 서광식품, 정선식품, 풍양농협 등 7개 업체는 중국, 홍콩, 미국, 베트남, 체코, 이탈리아, 일본 등 15개국에 고흥 유자의 우수성을 알렸다.

이 같은 성과는 지난해 일본의 무역보복이라는 수출 악조건 속에서도 동아시아와 유럽 등 신규 시장을 발굴해 가능했다.

송귀근 고흥군수를 단장으로 하는 ‘고흥군 농수산물 수출촉진단’은 지난해 8월 9박 11일 일정으로 유럽·동남아 홍보에 나섰다.

수출 촉진단과 고흥 6개 업체는 체코,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서 판촉 행사를 벌여 690만달러 수출협약을 맺었다.

송귀근(가운데) 고흥군수가 지난해 수출촉진단을 이끌고 해외에서 유자 식품을 홍보하는 모습. /사진=고흥군 제공
송귀근(가운데) 고흥군수가 지난해 수출촉진단을 이끌고 해외에서 유자 식품을 홍보하는 모습. /사진=고흥군 제공

지난해 10월 처음 열린 ‘제1회 고흥유자석류축제’에서는 해외 9개국 구매담당자(바이어) 34명을 초청해 ‘고흥 유자식품 발전 포럼’을 열었다.

유자석류 축제장에서는 유자 맥주, 향주, 유자 피자 등 유자로 즐기는 20종의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올해는 미국에 7만 달러 상당 유자음료 3만3000병을 수출했고, 체코·베트남 등 신규 시장에 20만3000달러 어치 유자차와 유자즙을 팔았다.

지난 7월에는 글로벌 인터넷 상거래업체 아마존과 100만달러 규모 수출협약을 맺고 지난 달에는 중국 프랜차이즈 진출을 위한 400만달러 규모 협약을 체결했다. /광주일보 백희준 기자·고흥=주각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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