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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전통술박물관 사실상 박물관 기능 상실

전시공간 44㎡, 둘러보는데 5분도 안걸려... 10년째 신규유물 확보 못해
전문학예사도 부존재 '악순환'...전주시, 문화관 전환 검토했다가 철회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한 전주전통술박물관 내부 전경 /오세림 기자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한 전주전통술박물관 내부 전경 /오세림 기자

5일 오전 한옥마을내 전주시 완산구 한지길(풍남동 3가) 전주전통술박물관. 한옥마을 공영주차장 인근에 위치한 이 박물관은 기와를 얹은 한옥풍의 박물관이다. 입구를 지나 전시실을 둘러봤다. 술의 역사부터 술을 담그는 기구가 몇 개 전시되어 있었다. 술을 만드는 재료인 누룩모형도 전시돼 있었다.

이뿐 이었다.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단 5분도 소요되지 않았다.

이 전시장 면적은 44㎡. 박물관이라 하기엔 협소하기 그지없었다. 전시장을 나와 또 다른 입구로 들어가보니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서는 전통술을 판매하고 있었다.

개관 20년이 다 되가는 전주시 설립 전주전통술박물관이 사실상 박물관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전통가양주(집에서 빚어내던 술)의 맥을 이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전주시가 2002년 현재의 자리에 개관했다. 개관 당시 전통술을 내세운 박물관으로는 전국 최초였다.

개관 초기부터 10여 년까지는 맷돌, 소줏돌, 용수, 체 등 전통술을 빚는 기구를 포함해 212점의 유물을 소장했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추가 유물을 확보하지 못했다. 상설전시 된 유물수도 48점으로 소장 유물의 4분의 1 정도만 공개하고 있는 수준이다. 기획전시할 공간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주전통술박물관 측은 “전시공간이 부족해 많은 유물을 전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물관에는 전문학예사도 없다. 박물관장을 포함한 2명의 직원이 전부로 전문학예사가 없다보니 유물관리와 전시유물 교체와 신규유물확보가 안되고 새로운 연구를 통한 기획전시도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전통술 빚기부터 시음행사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마저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국비를 따와 근근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로 술 박물관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에서 낙제점을 받아, 평가인증을 받지 못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2017년부터 전라슬로푸드문화원이 전주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전라슬로푸드문화원은 시의 지원금을 박물관 유지 비용의 약 80%를 차지하는 운영비와 인건비로 쓰고 있다. 그리고 20%는 자체 수익을 통해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박물관 측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어떻게든 박물관은 운영해보고자 직원들이 학예공부를 하고, 관장이 퇴직금 등 사비를 투입해 버티고 있지만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시는 해당 박물관이 사실상 박물관 기능을 상실한 점에 대해서 인정하면서, 술 박물관에 대한 변화를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박물관의 기능보다 교육, 전시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문화관 전환을 검토했지만, 전국 최초의 술 박물관이란 이유로 철회했다.

올해 전시공간 확대를 위한 리모델링 예산을 책정하고,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전문학예사도 추후 배치해 추가 유물구입 및 연구도 진행 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전주전통술박물관에 대한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여러 방면으로 활성화를 위해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거점관광도시에 걸맞게 술박물관을 변화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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