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몇 년 전부터 로컬브랜드를 양성하기 위한 지역의 노력들이 눈에 띈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을 로컬 디자이너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그나마 로컬리즘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지역의 인재들이 타지에 정착하기란 물리적,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뿐더러 지역에서는 도전해볼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가 그나마 다양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느덧 5년차 책방을 운영하다보니 전주 동네책방들의 연합이 ‘로컬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책의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의 다양한 도서관 정책과 어울려 동네마다 자리한 개성 있는 책방들이 관광객이나 시민들에게 색다른 문화공간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역 안에서 우리가 외친다고 ‘로컬브랜드’의 자리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는 지난해 5월, 10곳의 전주책방들이 연대하여 만들어진 단체다. 그러나 작년은 하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으며 책방들은 보릿고개를 만나야했다. 그럼에도 책방들은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을 기획하며 움츠러든 마음을 함께 다독였다. 또한 문학상의 응모대상을 전주시민으로 한정하기보다 전국으로 넓혔다. 비록 대형 언론사나 출판사가 운영하는 문학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의 동네책방이 주최하는 문학상을 통해 지역의 책방과 전국의 독자가 새롭게 관계를 맺는 방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던 뜻도 컸다.
예상외로 문학상에는 40여 일 동안 무려 375편이라는 많은 작품이 도착했다. 여러 차례 심사를 통해 대상과 각 책방상을 선정했고, 다양한 매체에 소식이 당도했다. 책방들은 이 문학상에 더욱 책임감을 갖고 매해 진행할 예정이며 당선작들은 따로 모아 책으로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상금도, 상품도 비록 소박하지만 책방지기들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문학상이기에 갖는 의미가 더 특별하다. 욕심을 부리자면 이 문학상이 전주의 책방들을 전국에 알린 계기가 되고, 전주를 책으로 기억하게 돕는 하나의 문화 키워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지금 책 한 권도 새벽배송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 감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시대의 또 다른 트렌드를 살필 때 책방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님을 주목해야 한다. 동네 안에서 동네사람들과 협업하여 서가를 꾸미고 동네의 작가를 발굴하고 지역의 역사를 알리는 작지만 큰 공간이 바로 ‘책방’인 것이다.
지역의 콘텐츠는 비로소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기획자가 되어 그 공간을 비교불가한 콘텐츠로 만들 때 지속가능한 힘을 갖게 된다.
책이 들어선 화려한 공간들 때문에 책의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며 이용하는 독자와 책의 유통이 활발하고 작가 및 출판사 등이 다채롭게 일할 수 있는 도시여야 진짜 책의 도시다. 전주는 지금 그걸 준비하는 중이다. 이제는 ‘맛의 고장’과 ‘한옥마을’을 넘어 진정한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 지역에 있는 인재들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주를 벗어나지 않고도 전주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진정한 로컬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지선 전주동네책방네트워크 회장
△이지선 회장은 광고대행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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