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선박에서는 왜 왼쪽을 포트(PORT), 오른쪽을 스타보드(STARBOARD)라고 할까? 우리가 선박에서 많이 듣는 용어인 포트는 좌현, 스타보드는 우현을 말하며,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해사(海事)용어이다. 하지만 굳이 좌현과 우현을 레프트와 라이트라고 하지 않고 어렵게 포트와 스타보드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왼쪽, 오른쪽으로 명칭을 정했을 때 사람의 위치 및 시선에 따라 방향이 바뀌게 되어 위급상황 및 작업 시 혼선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와 스타보드의 어원을 알아보면, 현재와는 달리 옛날에는 모두 노를 사용하여 배를 움직였고, 이때 조타용 노(OAR)를 사용하여 배의 방향을 조정하였는데 옛날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조타용 노를 우현에 설치하게 되었으며, 이 조타용 노를 가리키는 의미의 고대 영어 “STEOR-BOARD”에서 유래되어 현재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포트는 영어의 사전적 의미처럼 항구(港口) 측을 말하며, 조타용 노가 오른쪽에 있어 정박 시 노를 보호하기 위해 항상 좌현 쪽으로 배를 붙여 정박 할 수밖에 없고, 초기에는 하역작업이라는 고대 영어인 “LARBOARD”라고 불렀으나 우현의 스타보드와 발음이 비슷하여 이후 항구 측을 말하는 포트로 변경되어 정착된 것이다.
비행기와 같이 선박에도 포트에는 홍색등(燈), 스타보드에는 녹색등을 설치하여 야간 항해 시 자신의 진로를 표시하고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포트는 비상시 안전과 관련된 바다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포트라는 용어는 우리 가까운 곳에서 또 다른 형태로 안전에 더욱 깊이 관여하고 있다. 바로 항만국통제(Port State Control, 港灣國統制)이다. 항만에는 매년 수많은 선박이 입출항하고 있는데 그 많은 선박을 보면서 한번쯤은 “저 배들이 모두 안전한가? 또는 불량선박이 있다면 어떻게 가려내고 조치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는 국제협약에 따라 세계적 수준의 항만국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군산항에 입항하는 외국적 선박 가운데 고위험 선박을 식별·점검하고 그 결과 안전과 환경기준에 미달되는 선박에 대해서는 결함사항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결함이 개선될 때까지 해당 선박의 출항을 금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청에서는 서해 항만지역에서 선박연료유의 황함유량을 위반한 외국적 선박을 적발하여 우리나라에서 항만국통제가 시행된 이래 최장기간인 190일간 출항을 정지시킨 사례가 있다.
이러한 항만국통제는 승선경력과 자격 및 선박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항만국통제관이 수행하고 있으며, 우리청의 경우 2명의 항만국통제관이 있다. 적은 인원으로 연간 3,500여척의 크고 복잡한 대형선박의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일은 어렵고 고된 일이지만, 그들은 항상 해양안전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군산항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있다. 한번쯤은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그들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고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홍성준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홍성준 청장은 군산지방해양수산청 운영지원과장, 항만운영과 항만보안팀장, 코로나19긴급대응반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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